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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은 놓치고 망신만 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마구 날아드는 병과 「링」 위에 뛰어 오르는 극성「팬」들로 12일밤의 서울장충체육관은 공포분위기 그대로였다.
「챔피언」인 「카르도나」는 쇠 의자로 얼굴을 가리고 날아드는 병을 막느라 전전긍긍했고 주심 「술바란」씨와 부심 「마틴·뎅킨」씨는 과열「팬」들에게 둘러싸여 완전히 사색이 됐다.
「술바란」씨는 판정을 번복하라는 일부 「팬」들에 끌려 두 번이나 「링」 위로 끌려 올라가기까지 했다.
뒤늦게 손을 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체육관사무실로 도피한 「술바란」 주심은 『이 같은 험악한 분위기는 처음이다. 마치 사람을 죽일 것 같다』며 떨고 있었다.
그러나 『판정은 공정했다』고 덧붙이기를 잊지 않았다.
판정의 불만 때문에 일어나는 이 같은 「팬」들의 소요는 「복싱」 경기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지만 마치 살인무기와 같은 병을 무분별하게 던지는 난동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뜻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주심과 부심 및 감독관으로 온 외국인들에게 과연 한국이 세계 「타이틀·매치」를 개최할 수 있느냐는 능력을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과거 염동균-「리아스코」의 주심을 맡았던 「로자딜라」씨(미국)도 『생명의 위협을 느껴 판정을 번복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12일 밤의 소요로 한국은 「타이틀」 탈환에 실패하고 나라의 체면까지 손상했다. 앞으로 어쩌면 세계 「타이틀·매치」를 유치하기 어렵게 된 문제를 낳고 만 것이다.<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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