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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진로를 봉쇄하라 중소의 『상호견제외교』|「아세안」에 파고드는 두 거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인도차이나」공산권 내부의 골육상쟁은 중공과 「캄보디아」, 소련과 「베트남」이 각각 준 군사 동맹체제로 결속하여 완전히 갈라설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소와 「베트남」·「캄보디아」가 각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상대로 벌이는 외교전도 그에 못지 않게 달아오르고 있어 「아세안」은 그들의 적대행위가능성에 대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어부지리를 얻을 형편이다.
한쪽이 「아세안」지역을 훑어 지나가면 다른 한쪽이 뒤쫓아가는 이들 국가의 대「아세안」 「릴레이」외교 전은 등소평의 태국 등 3개국 방문으로 절정을 맞고있다.
이들은 「아세안」에 지나친 추파를 던지면서 접근을 시도해서 오히려 「아세안」을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다. 「베트남」과 소련은 7월 이전까지만 해도 「미제의 고양이발톱」이니 「미국의 군사적 도구」라면서 「아세안」을 비난하며 「아시아」집단 안전 보장론을 계속 주장했지만 7월 이후 1백80도로 전환해서 「아세안」의 중립화 안을 지지하고 나섰다.
중공과 「캄보디아」는 애초부터 「아세안」의 중립화 안을 지지해온 터여서 그 점에서는 소·월보다는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배경에는 이 지역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캄보디아」와 「베트남」간의 전쟁, 중공과 「베트남」간의 전투를 몰고 옴에 따라 쌍방은 「아세안」을 최소한 중립화시키거나 그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필요성이 절실해졌다는데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세안」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인지분쟁에 엄정 중립을 지키려 애쓰고있지만 「베트남」의 인지패권추구정책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면에서는 중공 편과 이해가 같다.
인지에서 「베트남」이 맹주가 된다면 「아세안」은 심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당장 압박을 받게되어 「캄보디아」의 영토보존과 독립성유지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특히 소련이 「베트남」에 해군기지를 확보하게될 경우 「아세안」의 반발과 우려는 예상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짙다.
「아세안」은 또 1천5백 여만의 화교거주자들 때문에 중·월간의 화교분쟁을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으며 「캄보디아」의 호전성을 쉽게 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정세 속에서 예정된 등소평의 방문을 앞두고 새로운 사태가 갑자기 조성됐다.
「베트남」의 「레·두안」공산당 제1서기와 「판·반·동」수상이 전격적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브레즈네프」소련 공산당서기장과 상호방위공약을 포함한 우호조약을 체결하여 충격을 주었다.
이에 맞서 중공도 5일 왕동전 당부주석을 「프놈펜」에 급파해서 「조건 없는 물질적 원조」를 「캄보디아」에 제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등소평 역시 소·월 우호조약이 「아세안」에 불러일으킬 충격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중공의 친「아세안」정책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아세안」을 친 중공쪽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세안」은 소련해군력이 「베트남」에 기지를 두지 않는 한 중립을 지키려할 것이고 또 중소권의 각축에 휘말리지 않고 이 지역에서 중소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다시 끌어들여 미·중·소의 3각 균형으로 안정체제구축을 시도할 가능성도 예견된다.
최근 「홀브루크」미국무차관보가 이 지역을 방문하고 미국의 대 「아세안」방위공약준수와 군원 계속을 다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것 같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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