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 유외한 근대화가 화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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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란」 은 「테헤란」등 12개 도시가 계엄령 아래 있음에도 전례없는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얼마전 반정부 국회의원들의 정부비판 발언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국의「라디오」및 TV망을 통해 중계된 사실도 그렇고 신문지상에서도 정부의 실정을 폭로하는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파업과 「데모」가 빈발하면서 「이란」 정부가 최근 규제를 완화한 탓이다.
「이란」반정부 세력의 주축은 대체로 회교의 정통성을 부르짖는 과격파 회교도들이다.
그밖에 서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학생과 지식인들 및 공산주의자들이 있지만 미미한 세력에 불과하다.
때문에 종교 세력이 정치권력과 대등한 영향력을 가진 회교국가에서 정부가 그들을 지나치게 소외시켰던 것이 왕정을 위협하는 소요 사태를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반정부 세력이 내건 10개의「슬로건」중 하나만 빼 놓고 모두「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이 회교의 정통성의 유지를 부르짖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종교 지도자들은 정부가 산업화 과정에서 서구사회를 뒤따르는 데만 급급해서 국가의 전통과 가치·종교등을 아주 무시했다고 여긴다. 그들은 회교의 달 (라마단) 인 지난 8월. 중에 극장과 식당이 주간에도 영업을 함으로써 회교 율법을 어긴 것을 비회교적인 것의 상징으로 보았고 따라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운동을 주도했다.
또 권력층의 부정부패로 빈궁의 격차는 날로 벌어졌고 군· 경등 고위관리들은 국민들을 하인부리듯 했다.
서방에서 교육받은 「엘리트」 관료들은 민의를 전혀 모른채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해서 해가 갈수록 엄청나게 불어나는 석유 수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높은 「인플레」로 인한 물가고에 허덕이게 했다.
백색혁명의 최대의 치적이라는 토지개혁의 경우도 3백만명이 새로 농토를 얻었으나 청년들의 이농 현상만 부채질했고 불만에 찬 이들이 시위에 앞장섰다.
따라서 최근의 소요사태가 왕의 자유화 선언·개각등 일련의 정책변동에 의해 그대로 진정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종교계는▲모든 장관을「시아」파 회교도로 채울것▲망명 종교 지도자들의 귀국 보장▲사원에서의 완전한 언론자유 보장▲모든 정치범의 무조건 석방등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정부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강경한 것이기 때문에 사태는 앞으로당분간 혼란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테혜란=조동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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