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 훈련 사상 첫 '헛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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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없는 축구국가대표팀 소집에 일부 프로구단들이 선수 차출을 거부해 국가대표팀 훈련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일본과의 평가전(16일.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7일부터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안양 LG와 수원 삼성이 "대표선수 소집 규정에 어긋난다" "휴식없는 강행군으로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선수를 보내지 않았다.

이날 훈련에 불참한 선수는 최태욱.이상헌.왕정현.김동진(이상 안양), 이운재.최성용.조병국.김두현(이상 수원) 등 모두 8명으로 전체(24명)의 3분의1에 해당한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24명 중 8명이나 빠졌고, 2명(이천수.심재원)이 부상인 상황에서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다. 차라리 소속 구단에서 훈련하는 편이 낫겠다"며 오후 2시쯤 파주NFC에 모였던 16명의 선수를 소속팀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축구 사상 프로구단의 선수 차출 거부로 대표팀 훈련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엘류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훈련이 대표선수 소집 규정에는 어긋나는 줄 알지만 프로축구 일정에 영향이 없어 코칭스태프와 의논해 결정했다"며 "선수 명단을 미리 각팀에 통보한 뒤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전원 참가할 줄 알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코엘류 감독은 이어 "프로팀 감독들이 나를 적으로 여기지 말고 같은 배를 탄 동지로 여겨주기 바란다"며 "훈련을 취소했다고 해서 한.일전에 대한 필승 의지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며 열심히 준비해 첫승을 따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6일 오후 대한축구협회에 선수 차출 거부를 통보한 안양 조광래 감독은 "선수 소집에 관한 공문도 없었으며 다만 박성화 대표팀 코치가 전화로 양해를 구해왔다"며 "대표선수 소집 규정을 개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협회가 규정을 어겼고, 기술위원회 등 정식 채널이 아닌 코치를 통한 통보도 잘못됐다"며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7일 오전 훈련 불참 의사를 전한 수원 김호 감독도 "연이은 대표팀 소집으로 피로가 쌓인 선수들이 다친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며 "대표팀 차출 후유증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 성적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1월 안양이 "무분별한 차출에 반대한다"며 올림픽대표팀의 제주 소집훈련을 거부하자 이사회를 열어 대표팀 운영규정을 개정, 국내 친선경기의 경우 선수들을 경기일 3일 전에 소집하도록 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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