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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합의」너머 난관 첩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다트」·「베긴」 평화약정은 30년 동안 계속된 중동의 긴장을 풀고 평화를 향해 내디딘 중대한 첫 걸음인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파기될 수 있는 취약점을 동시에 안고있다.
이번 회담에서 「사다트」와 「베긴」은 미국 관리들조차 예상하지 않은 부문에서 서로 큰 양보를 했다.
「베긴」은 「이스라엘」 국회의 인준을 받는 절차가 큰 문제라고 「엄포」를 놓고 있으나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에서 당초의 주장을 대부분 관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사다트」는 가장 큰 양보를 했고 따라서 앞으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분석했다.
왜냐하면 「아랍」국가들의 요구대로 「이스라엘」이 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의 모든 점령지 철수를 「보장」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다트」는 「원칙문제」를 양보해서 「시나이」반도와 「요르단」강 서안의 2개의 협정을 별도로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문제처리에 있어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전선(PLO)과 「요르단」의 발언권이 무시됐고,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국가 간의 평화협정 체결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은 확실히 「사다트」가 안고있는 큰 부담이다.
벌써 소련의 입김을 받고있는 「시리아」는 이 협정을 거부했고 PLO측도 「사다트」가 「아랍」을 대변할 권리가 없다고 공박하며 「무장 저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예루살렘」 문제도 「편지교환」 이외에 구체적인 합의가 없는 것도 앞으로 남은 불씨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일부 「아랍」소식통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야합」해서 「시나이」반환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주장은 1백% 들어준 대신 다른 나라(「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문제는 「미완성」으로 남겨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이 결과 「이집트」와 다른 「아랍」 『형제 국』들간의 우애가 금이 갈 우려가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이 노리는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단정하고있다.
자칫하면 「아랍」권 안에서 고립될 염려가 있는 「사다트」는 국내여론은 물론 동료 「아랍」국가를 설득시키는 것도 큰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작업이 「사다트」혼자 벅찰 때는 미국이 간접적으로 지원해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태는 벌써 「이집트」가 이미 『친미국가』가 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중동의 세력판도에 미국의 외교가 어느 사이에 큰 영향력을 심어놓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 협상에서 빠진 「시리아」의 「골란」고원 문제나 불안한 「레바논」사태도 시한폭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남아있는 『미해결의 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다트」와 「베긴」이 얼마만한 정치·외교적인 수완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이 협정이 중동의 평화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다.
【워싱턴=김건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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