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겁장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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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덧 내가 결혼한지도 만 4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나는 두아이의 엄마가 되어 늘 분주하기만 한 나날이다.
아빠는 그동안 내가 잔소리많고 욕심스럽고 목소리크고 억척스러운 여편네가 되었다고 가끔씩 투덜거린다. 처녀때의 상냥하고 부드러웠던 멋은 눈곱만큼도 없단다. 아빠의 그러한 불편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자신을 돌이켜본다.
그리고는 곧장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내나름의 이유들을 생각해본다.
내가 처녀였을 시절에는 물론 용기도 있고 배짱도 있고 모든 면에 여유가 있어 만사가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와는 정반대다. 저녁이면 조바심을 치면서 남편의 귀가시간을 기다리고, 잘자던 아기가 별안간 울기라도 하면 안타까움과 불안으로 가슴은 두방망이질친다. 남편의 출퇴근시의 복잡한 교통사정에도, 구멍가게 과자들의 품질도 항상 거정스럽고 두렵기만 하다. 어찌 처녀때와 지금을 비교할수 있겠는가.
온몸과 마음은 아빠와 두아이만을 맴돌아 그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매로는 스스로 그럴수밖에 없는 자신이 짜중스럽기만 해서 어쩌다 아빠의 턱밑에 불편을 한꺼번에 쏟아놓았을뿐인데…. 그러나 낮이면 작은 녀석을 등에 업고 온종일 큰아이의 뒤공무니를 따라다니다 지치고, 저녁이면 문밖 발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소심하고 겁쟁이인 엄마이고 아내에서 나는 한발짝도 떠날 수가 없다. 이양우<서울성동구능동94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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