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성 정기물 붐…20대 여성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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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외 여성 전기 번역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릴케」·「니체」·「프로이트」 등과 자유 분방한 교우 관계를 가졌던 「러시아」 태생의 독일 여성 「루·살로메」의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가 나온 뒤 금년 들어 10여종이 넘었다. 본지가 전국 34개 도시에서 매월 조사하는 「베스트셀러·리스트」에도 비소설 부문 5권 중 2∼3종이 이들 책이다.
그밖에 『라라의 회상』과 『이사도라』가 있다. 『라라의 회상』은 『의사 지바고』의 여주인공이자 원작자 「파스테르나크」의 연인 「올가·이빈스카야』가 「파스테르나크」와의 사랑, 그의 문학, 그를 둘러싼 현대 소련 문단의 내막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이사도라』는 거의 같은 시기에 2개 출판사에서 나왔다. 미국 태생의 천재적 「발레리나」인 「이사도라·덩컨」의 자서전. 가난에 쪼들리면서 돈을 벌고 「유럽」 무대에서는 온몸을 예술을 향해 던져 넣는 「이사도라」가, 결국 「러시아」에서 안식처를 찾을 때까지「발레」의 새로운 「스타일」을 정립하는 예술적 집념과 함께 여러 남성에게서 느끼는 사랑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만년의 「릴케」와 사랑을 나누고, 그의 정신적 불꽃이 되어주었던 「하팅베르크」가 쓴『6개월간의 사랑』은 사랑의 맹목성을 절실하게 대변해 주는 책이다.
세기적 「오페라」 가수 「마리아·칼라스」의 일생을 그린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영국의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울프」와 그의 남편 「레너드」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버지니아·울프』 (원제는 『진정한 마음의 결혼』), 그리고 34세의 일생을 마치면서 「스페인」 인민 전선에 뛰어들고 노동 운동·반「파시즘」 운동에 자신을 바친 「프랑스」의 지성 「시몬·베유」의 전기 『불꽃의 여자』가 최근 나왔다. 「샤갈」이 그림을 그리고, 그의 부인이 글을 쓴 고향 회상기 형식의 전기 『샤갈-타오르는 추억』도 나왔다. 「버지니아·울프」의 전기는 동시에 3개 출판사에서 나와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올 들어 11개 출판사에서 이 같은 해외 여성 전기물을 내놓은 셈인데, 대체로 평균 l만부를 넘어서는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기염들이다. 이런 출판 경향은 국내 독서 인구 중 20대 초기의 여성 독자가 「베스트셀러」를 결정한다는 현실 진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어떻든 국내 출판계의 종 당 발행 부수가 2천6백부를 맴도는 실정에서 보면 이들 출판물 발행 부수는 평균 부수의 5배를 넘는 구미 당기는 「메뉴」임에는 틀림없다. 전기류 「붐」은 또 파급 효과까지 낳았다.
『나의 누이여 나의 신부여』에 힘입어 「루·살로메」의 자전 소설 『우리는 어디서 어디로 가는가』가 「베스트셀러」로 오르는가 하면 「사르트르」의 극찬을 받았다는 「한스·노자크」의 자전 소설 『늦어도 11월에는』까지 「베스트셀러·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출판계의 해외 여성 전기류 「붐」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기를 통해 솔직한 감정과 거짓 없는 행동 고백을 하는 서구인의 사고 방식이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성의 거짓 없는 남성 경험을 통해 흥미를 갖고 책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릴케」·「니체」·「로댕」·「파스테르나크」·「울프」 등 거인들의 「가십」을 읽는 재미가 곁들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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