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0) 제59화 함춘원시절 김동익 (31)|송호성·김응진등과 소화기내과맡아|신설된 전염병내과 책임자는 전종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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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대안을 둘러싼 함춘원의 뜨거웠던 일기를 회상하노라니 나 자신이 어지러울 정도다. 잠시 화제를 돌려야 할 듯 싶다.
해방후 함춘원 복귀로 책임을 맡게 된 대학병원 제2내과 시절은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싫증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의사로서, 교수로서 보람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일제때 교수 이름을 따서 「이와이」내과니, 「이또」내과니 하던것을 해방후 우리 대학이 되면서부터 제1내과, 제2내과등으로 고쳐 불렸다는 것은 전에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런데 대학의 질서가 어느 정도 정돈된 1949년12월부터는 이를 장기별로 구분해서 부르기로 했다.
즉 제1내과는 호흡기내과로, 제2내과는 소화기내과로, 제3내과는 순환기내과로, 제4내과는 비뇨기내과로 고쳐 부르기로 한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염병내과를 신고했다.
실제로 환자진료에 있어서도 접수에서 예진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각각 전문내과로 보내서 진료했다.
우리 대학의 내과가 얼마나 고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당시 대학병원의 내과는 다른 선진국보다 오히려 첨단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들의 긍지와 자부심은 높을대로 높았다. 그렇다고 건방진 정도는 아니었다. 모두들 굉장히 의욕적이었다.
환자를 치료하는데 내과의사들 모두 지혜를 짜내 최선을 다했다.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지켰다.
특히 내가 책임을 맡은 제2내과는 환자진료·연구·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자부하고 싶다.
당시 제2내과(소화기내과)교실원을 보면 다음과같다.
교수 김동익
부교수 한심석(전서울대학교총장)
조교수 송호성(전대한병원협회장·현한강성심병원의무원장) 강사 김응진(서울대의대내과교수)
조수 이봉균(서울상도동에서 내과개업), 유방현(전부산의대학장·현부산의대내과교수), 고광도(고대의대내과교수), 김진조(부산주천동에서 내과개업), 김종설(전한양의대부속병원장), 백창기(재「브라질」), 김종숙(중앙의대내과교수), 이선일(재「나이지리아」), 유도호(서울구로동에서 내과개업), 박숙현(국회의원), 강형룡(서울광희동에서 내과개업), 지홍창(전대통령주치의), 전동수(서울동선동에서 내과개업), 안용팔(「카톨릭」의대의무원장), 정환국(「카톨릭」의대내과교수), 조운해(고려병원장).
학생교육과 환자진료는 한심석부교수와 송호성조교수가 중심이되어 열과 성을 다했다. 의국장은 김응진강사가 맡아서 제2내과 살림을 꾸려나갔다.
다들 의욕적이고 협동정신을 발휘했기 때문에 나의 제2내과 교실은 화목단결했다. 그야말로 가족적 분위기였다. 정초나 무슨 기념일에는 모두 나의 집에 모여 하룻저녁을 즐겁게 보내고 내일의 비약을 다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강형룡박사와 전동수박사가 중심이 되어 당시 교실원사이에 연락을 취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아주고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
한편 대학병원 내과가 5개 전문과목으로 나누어짐에 따라 내과전체를 통합하는 주무과장이 필요했다. 1949년12월1일 나는 최규동총장으로부터 초대 내과주무과장의 임명장을 받았다.
신설된 전염병과를 책임맡은 전종휘박사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해야 될 것같다.
지난9월1일자로 정년퇴직하고 「카톨릭」 의대 명예교수가 된 전박사는 우리나라 전염병학의 최고권위자다.
전염병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전박사의 공헌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35년 경인전을 졸업하고 「이와이」내과와 「고스기」병리에서 연수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한때 함흥에서 개업하기도 한 전박사는 46년10월 서울대의대 전염병과장에 취임했다. 전염병을 내과의 한 독립된 과로 표시하기 처음이다.
64년8윌 서울대의대 내과교수에서 「카톨릭」의대 내과 주임교수로 옮긴 후 병원장·대학원장등을 역임한 전 박사는 그동안 연구논문 및 저서 2백34편과 지도논문 1백4편을 엮어냈으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명석한 두뇌와 끈질긴 추진력, 그리고 놀랄만한 정력은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화학요법 학회장·기생충학회장·감염학 회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대한내과학회이사장으로 있는 전박사의 앞날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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