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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차 협력금제' 정부 내 이견 못 좁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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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온실가스를 30% 줄이기로 한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탄소 차 협력금 제도(이하 협력금제)’ 공청회가 열린 9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 내년 1월 시행될 협력금제 추진 방안을 논의한 이날 공청회장에는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웠다. 협력금제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전기차·하이브리드카·소형차를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에는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어느 차종에, 얼마의 부과금을 물릴 것이냐에 쏠렸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는 제대로 된 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5개월간 공동연구를 진행한 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각각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의 입장을 대변하듯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조세재정연구원 홍승현 박사는 “㎞ 주행당 이산화탄소(CO2)를 110~145g 배출하는 레이·아반떼·쏘나타 등 차종의 절반을 보조금·부과금도 없는 중립구간으로 삼아 2020년까지 적용한다면 협력금제 감축목표의 35%인 54만8000t만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담금을 유예하거나 목표대로 160만t을 줄이려면 대형차에 400만~1500만원의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며 제도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박사도 “국내 완성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큰 데다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많지 않다”며 거들었다.

 반면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박사는 “조세연에서 감축 효과가 낮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며 “협력금제를 유보한 채 자동차 배출량을 34.3% 줄이려면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이하 거래제) 공청회도 양상이 비슷했다. 당시 산업계 측은 “17개 주요 업종의 3년간 배출 전망치가 17억t인데 정부는 14억t만 할당해 초과배출분에 대한 과징금을 28조원이나 물어야 할 상황”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추가할당과 배출권거래시장 안정화 대책이 마련돼 있어 대규모 과징금을 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반발로 거래제와 협력금제가 빠지면 국가 온실가스 목표 달성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2020년 국가 감축목표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 명시돼 있고, 올 1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부문별 감축 이행계획에도 두 제도가 들어 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안병옥 소장은 “거래제 등이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감축량을 크게 완화한 상황”이라며 “2020년 이후의 국가 감축목표를 내년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데 (거래제 등이 빠져) 기준점이 되는 2020년 목표가 흔들린다면 추가 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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