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중단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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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월28일로 북한측이 남북대화를 증단시키는 일방적 성명을 발표한지 5년이 되었다. 그리고 30일이면 북한측에 의해 남북직통전화가 단절된지도 2년이 된다.
71년8월12일 한적측의 이산가족 찾기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제의로 숨통을 터 72년 7·4 남북성명으로 개화했던 남북대화는 이제 또다시 모든 통로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가 되었다.
5년전 남북조절위 평양측 공동위원장 김영주가 남북대화 중단성명을 발표한 뒤에도 상당기간 동안은 부분적으로 대화의 통로가 남아 있었다. 75년3월까지 10회에 걸쳐 열린 남북조절위 부위원장회의, 대표회의와 실무회의란 이름으로 작년말까지 지속된 남북적십자간 접촉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맥만의 통로마저 조절위가 75년에, 직통전화가 76년에, 적십자가 금년 3월20일로 예정되었던 실무회의의 유산을 고비로 모두 단절되었다.
이로써 북한 공산집단의 속셈은 분명해졌다. 그것은 향후 상당기간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북대화가 저들의 이른바 남조선혁명 여건의 조성을 통해 적화통일을 이루려는 기본목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대화는 적화통일이란 기본목표의 종속변수로서의 의미밖엔 없었다. 대화에 응할 때도 이를 통해 남한혁명의 장애요소를 제거하여 남한혁명역량을 강화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좌절되고, 대화가 적화통일목표에 오히려 손해가 될듯하자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원래 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의 추구와 한쪽이 다른 쪽을 병탄하는 식의 통일목표는 공존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측이 적화통일을 최고의 목표로 고집하고 있는 한 남북대화는 순조로울리가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의 북한체제에서 적화통일이란 기본목표가 수정될 가망은 거의 없다. 적화통일이 김일성집단의 존립근거처럼 강조되어 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한한 김일성마저도 융통성을 발휘할 힘이 없는 것 같다.
그들 내부에 어떤 변혁이 없는 한 대화재개요구에 쉽사리 응할 체제적 능력이 상실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적화통일이란 펀협한 창을 통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사태를 본다면 현실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남북간의 대화 이상으로 한반도문체를 해결할 좋은 방법은 없다. 비륵 시간이 좀 걸리는 방법이긴 하나, 오히려 장구한 대치에 비해서는 통일을 훨씬 앞당길 수 있는 길이기도하다.
평화적인 대화는 남북의 현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어느 쪽에도 실질적으로 손해될 게 없다. 오히려 대치상태에 있기 때문에 강요되어온 비생산적 투자와 인간적인 고통 등의 손해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환함으로써 상호간에 큰 이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조금만 경직된 혁명적 사고에서 탈피해 정치적 사고를 하게만 되어도 어렵지 않게 해결될 일이다.
세계의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유독 북한 공산주의자들만이 언제까지 적화통일이란 경직된 사고의 울타리를 고수하고 있으려는가.
정치의 광장인 남북대화의 「테이블」로 무조건 되돌아와 민족공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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