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보다 공 … 월드컵도 국적 갈아타기 바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디에고 코스타

지난 2월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국적 경계가 허물어졌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이 대표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프리랜서 올림피언’, 여권을 자주 바꾼다는 뜻으로 ‘패스포트 올림피언’이란 용어를 썼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빅토르 안처럼 국적을 바꿔 다른 나라 대표로 출전하는 사례가 즐비하다. 러시아 스포츠지 스포르트익스프레스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32개국 중 하나의 국적 선수로만 구성된 팀은 7개국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한국·러시아·브라질·멕시코·콜롬비아·에콰도르·온두라스뿐이다. 일본의 사카이 고토쿠(23·슈투트가르트)는 어머니가 독일 사람인 혼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9년부터 이중 국적 선수가 FIFA 주관 성인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면 소속 축구협회를 바꿀 수 있게 규정을 변경했다. 2003년까지는 16세 이상 대표로 출전한 선수는 귀화하더라도 대표팀 갈아타기를 할 수 없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3월까지 FIFA가 국적 변경을 승인한 사례가 174명에 달한다.

 디에고 코스타(26·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조국 브라질 대신 스페인 대표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다.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원톱 부재를 해갈하고자 코스타에게 귀화 제의를 했고, 올 시즌 스페인 리그 우승을 이끈 코스타는 지난해 7월 축구 인생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준 스페인을 택했다. 과거 브라질 A대표로 두 차례 친선경기에 나섰던 코스타는 규정 변경의 혜택을 봤다. 루이스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코스타는 브라질 대표를 희망하는 수많은 선수의 꿈을 짓밟았다”고 격분했지만 코스타는 “스콜라리 감독은 내게 브라질 대표로 뛰어달라는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코스타는 16강 진출 시 브라질과 맞대결할 수도 있다.

 월드컵 최다 우승국(5회) 브라질 대표로 뽑히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페페(31·포르투갈)와 티아고 모타(32·이탈리아), 에두아르도(31), 사미르(27·이상 크로아티아)는 브라질 태생이지만 제2의 조국을 택해 월드컵에 나선다. 독일 태생인 저메인 존슨(32·베식타스)과 파비안 존슨(26·보루시아MG), 티모시 챈들러(24·프랑크푸르트), 존 브룩스(21·헤르타 베를린)는 미국 대표로 브라질 땅을 밟는다. 이들은 미국 대표팀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50·독일) 감독의 권유로 미국으로 귀화했다.

 한국과 같은 조 벨기에도 ‘다국적 군단’이다. 아드난 야누자이(19·맨유)는 가족 혈통상 코소보·알바니아·터키·세르비아를 고를 수 있었지만 벨기에를 선택했다. 로멜루 루카쿠(21·에버턴)는 아버지가 콩고민주공화국 축구 대표 출신이고, 나세르 샤들리(25·토트넘)는 모로코 청소년 대표를 거쳤다.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와 마지드 부게라(32·레퀴야), 사피르 타이데르(22·인터밀란), 야친 브라히미(24·그라나다)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조국인 알제리를 택했다.

박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