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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반찬에 매일 도정한 쌀밥 밖에서 먹는 집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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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호 22면

1 메뉴가 따로 있지 않고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한상차림 세트 메뉴다. 밥과 국, 고기, 채소 쌈, 반찬 두 가지가 기본 구성이다. 고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무한 리필해 준다.

요즘 ‘집밥’이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집에서 가족들과 먹는 밥’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도 ‘정감이 있는 밥’ ‘함께 먹는 밥’, 그리고 ‘소박한 밥’이라는 의미 등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집밥’이라는 이름을 붙인 TV프로그램도 있다. 연예인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집밥 먹방’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집밥’의 이름을 걸고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온라인 사이트도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주영욱의 이야기가 있는 맛집 <38> 강남 신사동 ‘쌀가게 by 홍신애’

전통적인 가족, 공동체 중심의 생활이 해체되고 개인 중심으로 사회가 바뀌어 가면서 사람들은 외로워졌다. 이들은 ‘집밥’이 상징하는 따뜻한 감성, 유대감을 그리워한다. 거기에다 매일같이 화려하고 맛이 강한 외식 메뉴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소박한 ‘집밥’이 주는 편안하고 건강한 맛이 생각나는 법이다. 그래서 다들 ‘집밥’이라면 그쪽으로 고개부터 먼저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집밥’을 컨셉트로 하는 식당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쌀가게 by 홍신애’라는 곳이다. 이름처럼 쌀을 파는 곳은 아니고 집에서 하는 것 같은 맛있는 밥을 정성스럽게 지어주는 곳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프로 진행자이기도 한 홍신애(37) 대표가 2013년 문을 열었다.

매일 다른 반찬 … 하루 100인분만 준비
홍 대표는 원래 음악을 전공한 음악도로 미국에 유학갔다 요리에 눈을 뜨게 됐다. 요리학교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요리를 배우다 당시에 몸이 안 좋았던 아이를 위해 소화가 잘되고 흡수가 빠른 음식들을 연구하게 되면서 건강한 음식 재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한다. 귀국한 뒤 정식으로 궁중 음식을 공부하고 나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을 시작했다. 재미 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집에서 먹는 음식 그대로 밥을 해주곤 했는데 다들 좋아하고 잘 먹는 것을 보고 아예 그 컨셉트로 식당을 차리게 됐다.

2, 3 내 외부 사진 주영욱

이곳에선 메뉴가 따로 있지 않고 그냥 집에서 먹는 것처럼 이것저것을 차려 한 상으로 식탁에 올려 준다. 기본적으로 밥과 국, 고기 요리, 채소 쌈, 그리고 다른 반찬들이 포함된다. 이 틀을 유지하면서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를 이용해 계속 구성을 바꿔 나간다. 하루에 100인분의 음식만을 준비하고 다 팔리면 영업을 끝낸다. 자신들의 식당 규모에서는 그 정도가 손님들께 최선을 다해 좋은 품질의 음식을 대접해 드릴 수 있는 최대 숫자라고 생각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한다.

준비하는 음식 중에서 신경을 가장 많이 쓰는 음식은 밥이다. 매일 아침 쌀을 새롭게 도정해 밥을 짓는다. 쌀을 미리 도정해 놓고 사용하면 산화되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밥맛을 좋게 하기 위해 매일 도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쌀 표면층의 50% 정도만 벗겨 쌀눈이 살아 있는 오분도미로 도정해 사용한다. 현미와 백미의 중간에 해당된다. 현미보다는 소화가 잘 되고 씹기에도 편하면서 쌀눈의 생명력과 영양이 살아 있는 건강한 쌀이다. 이렇게 해서 지어내는 밥은 차지고 맛이 구수하면서 입에 착 감기는 것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백미보다 약간 딱딱한 느낌이지만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다. 역시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밥이 가장 중요하고, 밥이 맛있으면 한 끼 식사가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워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 주는 그런 밥이다.

소금·조미료 넣지 않아 덜 짜고 정갈
이곳의 국이나 반찬들은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고 맛이 정갈하다. 소금 대신 간장을 써서 간을 하는 저염 방식으로 요리하고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간이 부드러워 먹고 난 다음에도 입안이 편하고 헛배가 부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정성스럽게 차려주는 건강한 가정식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기분 좋은 느낌 때문인지 거의 매일 오는 손님도 30%가 넘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집에서 먹는 오리지널 ‘집밥’이다. 정감 있고, 소박하고, 건강한 ‘집밥’은 우리를 쉬게 해주고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하지만 ‘전생에 나라를 구하지 않고서야’ 원할 때마다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행운아는 많지 않은 법이다. 그럴 때 고맙게도 옆에서 달래주는 친한 누이 같은 편안한 곳, 바로 ‘집밥’ 식당이다.

**쌀가게 by 홍신애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56-27 전화 02-517-5999. 매일 100인분의 음식을 준비하고 그 음식이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1인용 한 상 9900원. 일요일은 쉰다.



음식·사진·여행을 좋아하는 문화 유목민. 마음이 담긴 음식이 맛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전문가이자 여행전문가. 경영학 박사. 베스트레블 대표. yeongjy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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