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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는 수돗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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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식수문제는 주택·연료·교통문제와 함께 도시행정이 제일 먼저 해결해야할 기본 과제다. 그럼에도 수도권의 물 사정은 조금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변두리 고지대와 관말지역 식수난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여기다 한강의 원수오염과 상수도 시설의 노후까지 겹쳐 수질은 갈수록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경우 상수도 보급율은 외형상 92%로 급수인구 1백45만가구 6백90여만명의 여름철 성수기 1일 수요량은 2백20여만t에 이른다고 한다.
얼핏보아 서울시내 6개 수원지와 보조수원지의 1일 총생산능력 2백37만t을 초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설노후로 인한 누수율이 선진각국의 15%안팎에 비해 24%나돼 각 수용가구에 전달되는 실제 공급량은 고작 1백67만여t 밖에 안 된다. 총연장 1만1천5백t의 송·배수관중 묻은지 10년 이상 된 낡은 관이 36%인 4천1백65㎞나돼 보광동과 영등포수원지의 최대생산량과 맞먹는 53만여t의 물이 매일 땅속으로 헛되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변두리 출수 불량지역 곳곳에서 급수차를 기다리는 주부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자정이 지나서야 감질나게 나오다 마는 물을 받으려고 시민들이 밤잠을 설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한여름 성수기엔 도심지역에 까지 식수난이 파급돼 병원·고층「빌딩」등 특수 건물의 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송·배수관시설이 낡아 흙탕물이 스며드는 데다 한강 원수의 심한 오염으로 정수마저 어렵게 됐으니 시민들이 어찌 마음놓고 수도물을 마실 수 있겠는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 속엔 이미 오래 전부터 시뻘건 녹물과 흙·모래 등 불순물이 섞여 나오고 심지어는 코를 찌르는 소독냄새와 함께 악취마저 풍길 때도 없지 않다. 시민들은 이 때문에 수도꼭지에 자가정수기를 부착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있다.
한강의 수질은 날로 늘어나는 산업폐수와 각종 오물의 유인으로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오염돼 하류쪽 일부 수원지는 상수도 수원으로는 부적합하다는 당국의 조사결과가 나온지 이미 오래다. 이런 실정에서 더럽혀진 물을 소독한다고 각 수원지의 ??소사용량만 늘려봤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뻔하지 않는가.
낡은 송·배수관 가운데는 묻은지 15년 이상 된 것이 8백1㎞나 되고 무려 35년이 넘은 것도 1백46㎞나 된다니 아무리 소독을 한다해도 녹슬고 터진 구멍으로 불순물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수도 생산시설확장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누수방지에 더욱 힘쓰고 이와 아울러 한강수질오염 방지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누수방지 대책으로는 노후관 대체가 급선무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경비와 경상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시 상수도사업특별회계의 부족재원을 일반회계에서 과감히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충분히, 그리고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마련, 장기적으로 추진해야겠지만, 당국은 우선 하수종말처리장시설 증설과 함께 광역하수처리장(하수전용유도수로) 건설부터라도 서둘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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