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매매 공증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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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동산의 전매·탈세·사기등을 막는 방안의 하나로 최근 대한변협은 부동산매매계약의 공증을 골자로 한 부동산 공정매매법안의 제정을 관계 요로에 건의했다.
대한변협이 민사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부동산의 소유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에는 3일 이내에 공증을 받아야만 계약의 효력을 발생토록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법안대로만 제대로 시행된다면 부동산투기를 위한 전보나 탈세 그리고 사기같은 행위는 대폭 억제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부동산매매계약의 공증제도가 부동산 투기억제란 목적에 효과가 있으리란 이유하나만으로 당장 채택되어 좋은 것일까.
당장 그럴 수는 없다. 그에 앞서 전제조건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보완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이전등기에 앞서 공증이란 새로운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선의의 부동산 거래자에게는 새로운 불편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어떤 적극적인 목적이 있더라도 국민들에게 불편을 더 하는 이러한 제도의 채택에는 극도로 신중을 요한다. 적어도 그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조치가 먼저 강구되지 않으면 곤란하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공증을 하더라도 공증인의 수가 너무나 부족하다는 점이다.
공증인과 공증을 할 수 있는 합동변호사 사무실의 절대수가 적고, 그나마 서울·부산·대구 등에만 편재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공증인 또는 제한된 공증인 역할의 수행자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그러다 보면 공증자체의 공신력이 실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야 공증제도의 공신력을 활용하여 부동산투기·탈세·사기등을 억제하려는 그 취지 자체가 무너지지 않겠는가.
부동산 거래비용의 증대도 문제다. 공증이란 절차가 추가되면 공증요금은 거래자의 부담이 된다. 물론 모든 부동산매매를 공증토록 하자면 공증요율 자체를 낮추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아뭏든 부동산 거래자의 부담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서울 및 부산에서 일반부동산 매입자가 부담하는 등록세 3%와 취득세 2%는 결코 낮은 세율이 아니다.
이러한 높은 세율을 보상해온게 바로 실거래가보다 훨씬 낮은 부동산시가표준에 의한 현행의 과세제도였다.
그런데 부동산매매 공증제도는 이러한 보상의 여지를 봉쇄하고 등록세와 취득세를 모두 실제거래가에 의해 과세토록 해놓고 있다.
이는 과세하는 입장에서 보면 탈세의 봉쇄일는지 모르나 납세자의 입장에선 세 부담의 증대가 될 뿐이다.
때문에 실거래가를 기준해 세금을 물게 하려면 부동산 시가표준에 의한 과세를 통해 보상해 주었던 만큼은 세율을 인하조정 하는게 합리적이 아닐까.
이렇게 부동산매매 공증제도는 국민에게 불편한 절차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실시를 너무 조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겠다. 시간을 두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보완 조치를 강구한 후에 이 제도의 채택여부를 결정하는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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