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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성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런던=장두성 특파원】「프러퓨모」사건 이래 영국정치에 최대의 혼란을 몰고 온「도프·스캔들」은 자유당 당수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 동성애 관계의 상대역「스코트」의 입을 막기 위해 청부 살인을 교사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76년1월29일 한 시골 재판소에서 잡범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스코트」라는 전 남자「모델」이 느닷없이『내가 자유당수와 동성애를 했다고 경찰이 나를 못살게 군다』고 발설했다.
그는 자기가 62년부터 2년 동안「런던」뒷 골목에 마련된 비밀장소에서「도프」와 밀회를 즐겼으며 그후 관계를 끊었지만「도프」의 친구들로부터 생활비를 계속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도프」는 자기를『토끼』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당신이 보고싶다』고 해「도프」의 친필 편지까지 공개했다.
그는「도프」가 친구를 통해 매년 2천5백「파운드」(2백25만원)씩 주기로 했는데 두 번 지불하고 중단해 버렸기 때문에 이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도프」는「스코트」가 불쌍해서 두번 주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자유당이 받은 충격 때문에 당 중진으로 구성된 3명의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스코트」는 공갈꾼에 지나지 않으며「호모·섹스」사실은 헛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스캔들」내용이 계속 폭로되자「도프」는『신문의 무당 굿 때문에 공직수행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당수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의원직은 사임하지 않았다. 15년도 더 지난 과거에 있었던「있을 수 있는 실수」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다가 제2막이 터졌다.
「스코트」의 개를「피스톨」로 쏘아 죽이고 불법 무기 소지죄로 2년형을 복역한 후 77년10월 출감한「뉴턴」이라는 전「파일러트」가『실은 청부살인의 청탁을 받고「스코트」를 죽이려다가 차마 쏘지 못하고 개만 죽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그 증거로 청부살인을 요청한 자유당 중진과의 전화 녹음「테이프」를 제시했다. 그는 또「런던」의 어느 교회 지하실에서 5천「파운드」(4백50만원)를 댓가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주장을 근거로 조사를 시작,「도프」와 그의 세 친구를 기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도프」와 절친한 사이인「해럴드·윌슨」전 수상은 이「스캔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비밀경찰 BOSS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또「도프」는 반 인종 차별 운동의 부의장으로 있고 한때『「로디지아」백인정부를 폭격하라』는 과격한 연설을 한 적이 있어서 남아공이「도프」를 몰락시킬만한 충분한 동기는 있다. 그러나 경찰 조사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쨋든 이 사건 때문에 자유당을 지지해온 유권자들이 무더기로 보수당으로 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거를 내년 봄으로 연기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스캔들」로 보수·노동 양당 정치체제를 분쇄하려던 자유당의 원대한 꿈도 동시에 무산되고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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