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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김부겸·박철곤 적지서 선전 … 옅어진 지역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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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왼쪽부터 오거돈, 김부겸, 박철곤.

뿌리 깊은 ‘지역주의’가 조금씩 완화되는 것일까. 49.3%와 40.3%.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다.

 오 후보는 과반에 육박한 득표율을 올렸다. 불과 1.4%포인트 차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게 석패했다. 김 후보는 기호 2번 후보론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대구에서 40%를 넘겼다. 부산과 대구는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두 곳에서 야당·무소속 후보가 40% 이상을 득표한 것은 지방선거에선 전례 없는 일이다.

 시장직이 야권으로 넘어가진 않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큰 변화라는 평가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부산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가 광주 대신 부산에서 집중유세를 펼쳤다면 정말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지금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얻은 40.3%도 이변에 가깝다. 비록 새누리당 권영진 당선자(56%)와 격차는 컸지만 2010년 민주당 이승천 후보의 득표율은 16.9%에 불과했다.

 전통적 강세 지역의 지형 변화는 수도권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가 강남(45%), 서초(47%), 송파(53%)에서 선전했다. 경기도 분당에서도 새정치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는 48%의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호남에선 아직 새누리당의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전북지사 선거에서 박철곤 후보가 20.5%를 얻어 20%의 벽을 넘은 것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호남에서 무소속 바람이 강해진 것도 향후 변화 조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북에선 기초단체(14곳)의 절반인 7곳에서, 전남(전체 22곳)에선 8곳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전북에선 무소속이 1명, 전남에선 7명이 당선됐는데 그보다 당선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새정치연합 공천=당선’이란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인천대 이준한(정치외교학) 교수는 “김부겸 후보나 오거돈 후보처럼 지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정치인들이 꾸준히 나와야 지역주의 벽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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