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수 단체장과 '불편한 동거' … 무상급식 충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3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려 했는데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를 손본다고 해 불안하다.”(학부모 김은영(42·서울 반포구)씨)

 “이재정 교육감이 도내 학교를 혁신학교로 바꾼다는데 입시 현실에서 학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하태완 경기도 통진초 교장)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4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학부모·교사들 사이에 불안감이 적지 않다. 진보 교육감들이 무상급식 확대 외에도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 등 입시와도 밀접한 공약을 내걸어서다. 학부모 이모(38·서울 강서구)씨는 “교육정책이 많이 바뀐다는데 하향 평준화됐던 ‘이해찬 세대’처럼 ‘조희연 세대’가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교육정책이 바뀔 걸로 판단하고 섣부르게 학습 패턴을 바꾸면 안 된다”며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 입시에 유리하다는 원칙은 유지될 것이므로 꾸준히 학교생활기록부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보 교육감의 대거 등장과 연대로 자사고 등의 교육정책 추진 과정에서 교육감과 중앙정부(교육부)의 마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경기·인천·부산·경남·제주처럼 보수 지자체장과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에선 무상급식 예산 등을 놓고 지자체장과의 불협화음도 예상된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무상급식 이슈로 껄끄러웠던 보수 성향 문용린 서울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불편한 동거’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보 교육감과 교육부의 마찰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으려면 우선 법·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 9월 시행하는 선행학습금지법은 입법 사항이라 교육감도 손댈 수 없지만 무상급식·혁신학교는 (입법 사항이 아니라) 충돌 소지가 있다”며 “중요한 교육정책은 입법부터 해서 충돌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교육부가 교육감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과 자주 만나 초·중·고 교육 방향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덕호 상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장관 주재 시·도교육감회의를 정책 우선순위와 예산 문제까지 세심하게 다루는 실질적인 회의로 바꿔야 한다” 고 말했다.

 교육감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교총 김 대변인은 “교육감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시·도의회 의원”이라며 “전문성을 갖춘 시·도의원을 교육위원회로 배정해 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 교육감의 과도한 권한 중 장학지도권·인사권은 교육부에서 가져가고 일선 학교장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은 어떤 자리=전국 유치원·초·중·고 학생 716만 명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감은 올해 예산만 52조원(17개 시·도)을 집행한다. 중장기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맡고 있지만 일선 학교의 예산편성권과 교직원 인사권, 학교 설립·폐지 등 세부적인 정책 결정권은 교육감이 갖는다.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설립이나 지정 취소는 물론이고 고교 신입생 선발 방법을 정하는 것도 교육감이다. 17개 시·도 중 학생 수가 143만 명으로 가장 많은 경기교육청의 올해 예산(11조2785억원)은 경기도(15조9906억원)의 70% 규모다.

김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