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영화"볼만한 게 드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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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산영화에 관객이 부쩍 늘었음에도 국산영화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관객들은 국산 영화가 소재빈곤·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아직도 수준이 낮고 내용이 빈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 영화진흥 공사가 남녀 5백명(남2백98명·여2백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국산영화에 대한 관객취향 조사분석』에서 드러난 문젯점들이다.
이번 조사는 국산영화 제작의 방향을 어 느정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조사 대상자는 영진 공에서 마련하고 있는 정기 한국 영화 감상회 입장자 4백50명 외에 영화인 50명도 포함돼 있어 국산영화가 안고 있는 내부적 문제도 반영돼 있다.
우선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로는『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 55·7%로『오락』『심심풀이』『시간을 보내기 위해』의 3·4%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여가선용 이상의 목적으로 관람한다는 결론이다.
관람횟수는 1달에 1편이 대부분. 외화의 2편에 비해선 역시 떨어지고 있다. 즐겨보는 영화로는「코미디」「액션」물 보다도 애정(특히 문예물) 영화가 전체의 42%로 관객들의 수준 향상과 함께 취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의 불만은『내용이 빈약하다』45·4%, 『「스토리」전개가 지루하다』19·3%,『기술이 떨어진다』17%의 순. 특히 문학작품의 영화화가 원작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두드러져 영화의 상업성과 예술성의 한계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국산영화의 병폐의 하나로 지적되고있는「눈물」에 대해서는『지루하다』『이해하기 어렵다』『울음소리가 너무 크다』등으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어 관객을 울려야만 흥행이 된다는 시대는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속에서의 성의 묘사는『어색하고 유치하다』가 35·2%이며『대담한 묘사가 필요하다』가 34·1%로 성에 대해선 개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학력별로는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개방적이고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보수적이다. 이색적인 것은『대담한 묘사가 필요하다』에 있어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더 적극적이란 점이다. 또 성의 묘사가『예술적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어 성의 문제가 단순한 호기심에서가 아니라 예술로 이해하려는 건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산영화가 외화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점은 다양하다. 크게 2가지로 분류하면 『모든 면에서 뒤진다』가 39·8%이고『내용·연출·연기·기술 등 부분적으로 뒤진다』가 54·6%로 대별된다.
『어떤 내용의 영화가 제작되기를 희망하느냐』에 대해서는『명작소설』(30·7%) ,『감동적인 실화』(25%),『전통예술을 다룬 고전』(19·3%)등으로 이 모든 것에『우리의 고유 문화가 담긴 주체성이 강조돼야한다』(63·7%)고 밝히고 있다. 국산영화 발전을 위한 제언에 대해선「극장시설 개선」「검열완화」「광범위한 선전」보다는「예술성 있는 소재발굴」 「연기력 향상」「치밀한 연출」「기술보완」등이 압도적으로 많아 국산영화의 불황이나 침체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영화계 자체의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큰 것임이 지적되고 있다.【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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