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 체면치레는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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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철수(左), 김한길(右)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4일 밤늦게까지 선거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두 대표가 모처에서 초접전 양상인 개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우세하다고 판단했던 곳에서 접전을 벌이고, 어렵다고 본 지역에서 선전하자 공개된 곳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셈이다.

 김·안 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11시쯤 개표 결과 윤곽이 드러나면 상황실을 찾을 계획이었다. 일단 안 대표는 전략공천 논란을 빚은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가 선전하면서 선거 전 당내 분란까지 불러왔던 정치적 부담에선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선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 시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충남 안희정 후보의 선전이 인근 대전과 세종 등지에서 도미노 효과를 만들어낸 부분도 안·김 대표에겐 ‘체면치레 이상’의 결과라는 게 당내 여론이다. 그러나 경기·인천 등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예상 외로 고전하면서 종합적인 평가를 유보해야 할 상황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경기와 인천이 초박빙이란 결과는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며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재선 의원은 “확 이기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저희가 보인 입장에 어떤 부족한 점이 있었을까…”라며 말을 흐렸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막판으로 갈수록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자’는 보수층의 결집 움직임이 강해진 것 같다”며 “세월호 여파 때문에 출구조사 때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던 유권자가 많았던 모양”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안철수 대표가 독자 신당을 추진하면서 지방선거를 치를 수도 없던 분위기였는데 합당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안 대표의 공 아니냐”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당내 인사들이 각자 선거결과를 판단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며 “지도부는 선전한 곳을 강조하고, 의원들은 자신들의 득실에 따라 패배한 쪽을 강조하면 당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손학규·정동영·김두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내 계파 수장들이 7·30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선거 이후 새정치연합에 본격적인 계파 간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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