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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한복판…「방심」이 낳은 참사|시내버스 추락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수도(수도)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섭씨 32도8분의 무더위 속에 한가로이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30여명의 시민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은 죽음의 현장-. 『비탈길의 시골길도 아닌 서울에서 어떻게 이런 추락사고가 날수 있나.』 충격을 받은 시민들의 한결같은 탄식이었다. 구조 작업은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맨 먼저 시작됐다. 물에 잠겨 뒤집힌「버스」안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몸부림치다 창틀을 붙잡고 죽은 시체들과 부상자들의 울부짖음 등으로 뒤범벅이 돼 수라장을 이뤘다.
모처럼의 맑은 휴일을 맞아 더위를 피해 나들이를 나섰던 시민들은. 귀가 길에 사고 소식을 듣고 아연했으며 일부 가족들의 귀가가 늦은 가정에서는「혹시나」하는 불안으로 신문사에 명단을 확인하려는 문의가 잇따랐다.
밤늦게 사망자와 생존자의 명단일부가 알려지자 각 병원 영안실에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휴일 하오의 참사를 더욱 처절하게 했다.

<사고경위>
운전석 옆「엔진」위에 앉아가던 반금만씨(64·서울 관악구 봉천 본동)는 사고지점 부근에 이르렀을 때 차체가 몹시 흔들러「지그재그」식으로 가는가 했는데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며『꽝』하는 소리와 함께 난간을 들이받고 차는 공중에서 두 바퀴 돌아 강물에 처박혔다고 말했다.「버스」뒷부분에 타고있던 오태랑씨(26·서울 관악구 봉천2동 459)는 차 뒷부분이 흔들려「펑크」가 났구나 생각하며 막 시계를 보는 순간『꽝』소리와 함께「버스」가 물 속으로 곤두박질했다고 말했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3분의 2쯤 물이 찬「버스」안은 비명과 신음소리·물 속을 허우적대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을 이뤘다. 오씨는 간신히 깨진 유리창문을 통해「버스」밖으로 나가 차체에 올라간 뒤「버스」안에서 손을 내밀고 있던 이선태씨(32·서울 관악구신림5동 288)등 3명을 구했다.

<사고현장>
「버스」는 인도로 뛰어 오르며 12m의 철책을 할퀸 다음 직경 20cm 굵기의 철근 수은 등을 뿌리째 뽑아버린 후 다리 밑으로 곤두박질했다.
추락지점의 수심은 1·5m. 보통 때는 모래바닥이었으나 지난 장마로 물이 불어난 곳이다.
3분의2쯤 물 속에 잠긴「버스」앞바퀴는 떨어져 나갔고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시커먼 기름을 쏟아내고 있었다. 차체주위에는 승객들의 손수건·옷가지·고무신 등이 깨진 차창으로 흘러 나와 강물을 타고 떠내려가기도 했다.
사망자들은 대부분「버스」가 강바닥에 거꾸로 박힐 때 받은 충격으로 숨진 듯 하반신은 깨끗했으나 얼굴·머리 등이 깨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운전사 뒷줄 세번째 좌석에 앉아있던 노옥순씨(43)는 아들 송상호군(16)을 꼭 끌어안은 채 숨져있었고 맨 뒤쪽에 있던 송학기씨(44)는 앞좌석을 움켜잡은 채 숨져있었다.
출입문, 승강대 손잡이에는 숨진 안내양 이효성양(18)의 땀에 전 분홍색 손수건이 꼭 묶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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