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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싸고 입씨름 6년|일-중공 조약막바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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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김두겸 특파원】시작한지 6년, 그러나 패권이라는 용어 하나 때문에 3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교섭이 교착, 난항을 거듭했던 일-중공 평화우호조약 체결문제가 21일 북경에서 실무 급 협상이 재개되어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섰다.
일-중공 조약 문제는 단순한 일-중공, 2국간의 외교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패권 소련 을 반대한다는 조항을 조약 속에 명기해야 한다는 중공의 주장에 따라 소련이 강력히 반발하고 미국은 그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일-중공 조약은 2국간의 외교를 넘어서고 있다.
미·일·중공·소련의 이러한 미묘한 외교관계가 동북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어 그 향방은 한우도 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소련을 겨냥한 중공의 반 패권 조항 때문에 일본이 6년 동안 망설여 온 일-중공 우호조약문제가 지난6월 이후 급진전 된데 는 그동안 미·일·중공의 동북아를 중심으로 그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소련의 극동 진출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소련과 적대관계에 있는 중공의 힘을 키워 줘야겠고 따라서 온·라인용 최신 컴퓨터를 공급하는 등 중공의군수산업 근대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을 명백히 했다.
일본도 중공과 손을 잡게 함으로써 대 소련방위 라인을 동경-서울 북경 선으로 구축한다는 전략이라고 일본군사전문가는 설명한다.
후꾸다 수상도 지난 5월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미국의 전략이 일본의 이익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후꾸다 수상의 입장에서는 물론 미국의 지원이외에도 임기 전에 일-중공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오는 12월의 총재선거에 유리하다는 것도 계산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일-중공조약 체결은 한-일 대륙붕 조약과 함께 후꾸다 내각의 공적의 하나가 된다. 여기에『2백억 달러 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일-중공간의 적극적인 관계개선이 절실하다는 재계의 압력도 일-중공 조약체결을 촉진하고 있다.
중공의 입장에서는 소련과의 긴장관계를 고려 할 때 일본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일본에서 돈도 빌리고 싶다』,『일본의 기술·자재를 환영한다』는 등의 경제 문제를 미끼로 이용하고 있다.
일-중공 우호조약 체결은 결국 미·일·중공 3국이 극동전략에서는 동맹관계를 맺는 것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문제의 패권 조항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결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지금까지는 어업문제 등 소극적인 수단으로 일본측에 압력을 넣어 왔다. 그러나 아세안 의 중립화를 주장하는 등 중공의 반소 라인 구축을 전제하고 있는 소련으로서는 동경-서울-북경 라인 구축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
지난3월 중순 기시 전 수상과 가까운 야쓰기 씨의 국책연구회에 소련과학 아카데미 연구소의 페트로프 부장이 참가한 것을 들어 소련이 일본 자민당 내에 친 소파와의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련의 전략은 모스크바-동경-서울-대만 라인 구축일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입장은 매우 미묘해진다. 미-일을 통한 중공과의 간접대화의 길이 넓어지고 또 대 공산권 개방정책을 폭넓게 추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만 중-소의 상호 포위망구축작전의 소용돌이·속에서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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