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일일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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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서객의 균형분산을 꾀하기 위해 내무부가 새로 착안한 「피서객 수용상황 일일예보제도 실시는 황금처럼 소중한 바캉스 휴가를 앞두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몰라 주저하던 도시민들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예보 제는 전국 30개 해수욕장·호수·유원지의 최대수용능력과 숙박·교통편 등을 미리 점검, 피서속보를 알려줌으로써 모처럼 갖는 피서 길의 기분을 잡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그 운용여하에 따라 큰 성과를 거둘 것이 분명하다.
피서객의 증감은 국민의 소득수준과 밀접한 함수관계에 있다. 소득이 향상될수록 쾌적한 여가를 보내려는 피서인구는 자연 늘게 마련이다. 정부의 추산으로는 올 여름 피서인구는 작년의 1.5배에 육박할 것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 같은 증가추세는 해가 거듭될수록 지속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각종 공해에 시달리는 도시민에게는 피서는 단순한 레저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샐러리맨 의 증가와 도시화 성향이 짙어질수록 레처 인구의 증가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민들의 피서 행은 가족들과 함께 복잡한 도시를 잠시나마 벗어나 쌓였던 피로를 풀고 장차 에 대비, 에너지, 즉 노동의 원천 을 축적하자는 것이며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견문을 넓히고 날개를 맘껏 펴는 산 교육의 연장이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할 것이다.
이처럼 휴식은 개인으로 보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나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관광당국의 무책으로 과다밀집 현상을 빚게 하여 모처럼의 여가가 피로 항악화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부산해운대와 강릉경포대등 일부 해수욕장은 수용한계를 훨씬 벗어나 몇 배나 넘는 인파가 한곳에 몰려 모래사장에서 바라다본 바다는 파도의 바다가 아닌 흡사 나신들로 메워진 사람의 바다 같았다고 한다.
거기에다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 초만원의 교통편과 숙박시실의 태부족 등으로 피서객들이 모래사장에서 불길한 잠자리를 가져야했고, 풍속 및 폭력사범까지 날뛰어 불쾌감과 소란 속에 휴가를 보냈다. 이에 반해 서해안 일부해수욕장과 산간 유원지 등은 비교적 한적한 가운데 여유 마저 보여 피서객 배치에 불균형 현상을 나타냈다.
이는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토이용을 극대화한다는 견지에서 보더라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바캉스 인구의 분산이 소득재분배에도 큰 몫을 담당함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관광정책은 이 같은 개념의 차원에 바탕을 두어 다루어져야할 것이며 차제에 피서인구의 장기추세를 다시 면밀히 조사, 파악하여 관광지개발계획을 장기적 안목에서 새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관광지 진입도로가 나빠 애써 건설해둔 관광·휴양시설이 사장되지 않도록 주변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이번에 새로 실시될 일일 예보제 는 이런 의미에서 발전을 위한 시도이며 기대가 큰 만큼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흐지부지 되거나 착오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바가지 상인과 유원지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력·불량배의 일제단속에도 더욱 철자를 기해줄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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