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서관 확충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교부는 아직까지도 공공도서관이 없는 92개의 시·군·구에 8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1개이상의 도서관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서 직 공무원의 인원수도 법정기준 정원인 7백43명으로 늘리고 공공도서관의 완전 무료개방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문교부의 이와 같은 방침은 팽배한 독서인구의 증가 추세에 발맞추지 못하는 현존 도서관 시설의 빈약 상을 돌아볼 때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이를 계기로 현대사회에서의 도서관의 기능이 무엇이며, 그것이 원활하게 제 구실을 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도서관의 기능은『시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봉사기관』이라 요약할 수 있다. 도서관은 이제 단순한 독서실이나 도서창고로서가 아니라, 현대생활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게 해주는「생활의 반려」이자「정보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도서관이라는 시설의 일차적인 사명도 서재 없는 수험생들에게 입시준비 장소를 제공한다는 것보다도, 일반시민 모두에게 신속·편리·쾌적한 문화「센터」로서 봉사한다는 점이 더 중요시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는 지역사회 어디든지『「슈퍼마킷」이 있는 곳이면 도서관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며 그 기능 역시 초록 지·소인지 등 2차 정보의 배포와 문헌조사·복사 등 정보「센터」로서의 구실까지 겸하고 있다. 영국이나 북구제국은 물론 최근에는 일본·자유중국 등「아시아」국가에 있어서도 공공도서관은 완전 무료 개방이다.
이들 각국의 도서관 정책은『시민생활과 직결된 봉사』를 강조하여 지역주민을 상대로 한 일상적 교양학습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는 추세다.
결국 현대 국가에 있어서의 도서관의 활동 양상은『열람자를 기다리고 앉아 있는 수동적 자세』에서 진일보하여, 주민을 찾아가는『움직이는 도서관』으로 적극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 각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모바일·라이브러리」(mobile library)란 제도가 바로 그 한가지 실례라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도서관의 봉사 적인 자세와 능동적인 기능, 그리고 일상 시민생활에와 밀착을 잘 상징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선진국 공공도서관들은 이제 그 자체의 교육「프로그램」까지 마련, 전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산 사회교육장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오늘의 우리 도서관 시설과 기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빈약하다. 책 한 권 찾는데 평균 30분 정도 걸린다는 현행 도서분류방식의 비능률 선도 문제이고 부실한 자료와 시설, 전문 사서 직의 부족도 심각하다.
기능 면에서 보아도 오늘의 도서관은 재수생들의 입시 준비 장에 머무를 뿐 시민문화 생활의 봉사기능엔 못 미치고 있다.
수적으로 보아도 현재의 수용능력으론 격증하는 도서관 이용자수를 도저히 흡수할 길이 없다. 서울의 경우 도서관이 최소한 16개소는 있어야 한다는데 현재론 단 10개소 뿐으로 인구 70만 명 당 1개소 꼴밖엔 안 된다.
전국적으로는 적어도 2백13개소는 돼야 한다지만 현재론 그 반밖에 안 되는 1백12개소에 머무르고 있다. 이로 인해 대도시 공공도서관 문전에는 언제나 통금해제가 되기 무섭게 열람자들이 쇄도하여 고달픈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무언가 획기적인 타개책이 있어야만 할 딱한 상황인 것이다.
문교부의 앞으로의 정책구현에 기대를 걸면서 도서관 증설과 운영개선 등 국민 문화생활 지원에 보다 높은 우선 순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