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이색 용병집단 『고속도로 경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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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게릴라」에 시달리고 있는 태국에는 「프랑스」의 외인부대 비슷한 일종의 용병집단인 「고속도로 경호대」란 것이 있다.
이 고속도로 경호대는 복장이나 규율면에선 정규군만큼 통일되고 엄격하지 않지만 그 임무를 보면 군경과 똑같다.
주요임무는 「게릴라」의 공격에 대항하고 건설현장을 방위하는 것.
이 경호대는 태국 고속도로국의 양해와 지원아래 합법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설 조직이란 점에 묘미가 있다.
대원들은 군 장교들로부터 3개월간 총기사용법·수루탄 투척 등의 기본훈련을 받고 건설회사에 고용되어 현장의 정비를 맡는다. 대원들 중에는 형무소를 탈주한 범죄자가 있는가 하면 깡패도 있고 전미CIA요원으로 「라오스」전투에 참전한 역전의 용사도 있다.
흡사 「오합지졸」인 것 같지만 대공산「게릴라」전에서는 정규군 못지 않다.
이들의 일당은 하루평균 8백원.
그러나 사망하거나 부상당했을 경우 건설회사와 고속도로국이 분담해서 지급하는 보상금은 l천5백「달러」(75만원)내지 3만「달러」(1천5백만원)이다.
M-16소총과 M-79수류탄 발사기·무전기 등을 군에서 대여 받아 무장한 이들 경호대원들은 태국북부의 「버마」와 「라오스」접경 「정글」지대를 활동무대로 삼고 있다.
태국에서 고속도로는 「게릴라」의 주요공격목표이면서 동시에 직접적인 위협 대상이기도 하다.
반도들이 주민과 정부를 이간시키려는데 도로망 확충은 장애가 되기 때문.
공산「게릴라」들이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고 주민들을 선동해서 세포조직을 하는데「정글」지대의 고속도로 건설은 그런 활동을 어렵게 한다.
작년 4월 「방콕」북부 「난」성의 「푸아」마을에 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되자마자 「게릴라」들이 즉각 공격한 것도 주민과의 접촉이 막히는 것을 두려워해서였다.
경호대원들은 새벽에 건설현장주변의 지뢰탐지로부터 시작해서 야간은 물론 대낮에도 「정글」에 숨어「게릴라」들의 공격에 대비한다.
고달프고 위험부담이 많지만 불평을 안하는 것이 이들의 자랑이라고 「푸아」고속도로 건설현장 「주아·수카라트」씨(수석기사)는 말했다.
이들 사회에선 서로의 과거를 얘기 안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있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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