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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박은태] 8년간 레슨 받아 키웠다, 그의 '미친 가창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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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랑켄슈타인’ 괴물 역을 인상깊게 소화해낸 박은태. 그만의 가창력이 돋보였다. [사진 더뮤지컬·사진 왼쪽], 이자람은 ‘서편제’에 대해 “내게 중요한 스승이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사진 판소리만들기 자·사진 오른쪽]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박은태(33)는 가창력 배우의 대명사다. ‘미친 가창력’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다. 그는 3옥타브 G(솔)까지 맑은 고음으로 소화해낸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자신의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괴물의 아픔과 분노를 고음의 노래로 폭발시키듯 터뜨렸다.

 그의 가창력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2일 그는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으로 “내게 노래를 가르쳐주시는 채임경·서득남·전유훈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노래 연습은 그에게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8년째 매주 1∼2회씩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그의 원래 꿈은 대학 전공(한양대 경영학)과 상관없는 가수였다. 길은 안 보였지만 끊임없이 노래 연습을 했다. 그러다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뮤지컬에 데뷔했고,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 ‘모차르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을 통해 뮤지컬 주연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12년엔 ‘엘리자벳’의 루케니 역으로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역으로 살았던 시간들을 “내 인생 가장 힘들고 아프고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괴물의 감정에 너무 깊이 동화되는 바람에 삶에 지장이 있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힘들 때 나를 지지해주고 조언해준 팬들과 아내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아내는 여성그룹 ‘파파야’ 출신 탤런트 고은채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자람(35)은 2일 수상 소식을 접하자마자 “상상도 못했던 상”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편제’는 그의 유일한 뮤지컬 출연작이다. 그의 정체성은 배우라기보다 소리꾼이다. 국립국악중·국악고, 서울대 국악과 등 ‘국악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중요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 춘향가·적벽가 이수자다. 2012년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 부문을 수상했다.

 그가 2010년 초연 뮤지컬 ‘서편제’의 송화 역을 맡은 것도 “대중 앞에 판소리를 알리는 기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서편제’ 초연작으로 2011년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신인상을 받았고, 무대를 키워 업그레이드시킨 올해 ‘서편제’로 여배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이자람은 무게 중심이다. 눈 먼 송화의 한을 애간장이 끊어질 듯 절절한 소리에 담아 쏟아낸다.

 네 살 나이에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꼬마스타가 됐던 이자람은 ‘국악계의 모차르트’라 불리는 재주꾼이다. 독일작가 브레히트의 작품을 판소리 작품 ‘억척가’ ‘사천가’로 만들어 히트시켰고, 인디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이자람을 ‘서편제’ 이외의 뮤지컬 무대에서도 볼 수 있을까. 그는 “이젠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라면서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열심히 고뇌하며 계속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확답은 아니지만 기대는 남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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