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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날 서울 쥐가 시골 쥐 집에 놀러갔다. 시골 쥐는 서울 쥐를 반기며 푸짐한 음식 대접을 했다.
그러나 서울 쥐의 입에는 전혀 맞지가 않았다. 『자네도 딱하군. 이런 오막살이집에서 이런 맨밥이나 먹고살다니. 한번 우리 집에 와 보게. 내가 한턱 쏠게…』
이 말을 듣고 시골 쥐가 서울 쥐 집에 놀러왔다. 과연 처음 보는 서울은 놀랍기만 했다.
달리는 마차, 상인들의 손님 부르는 소리…. 시골 쥐는 전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얼이 빠져버렸다.
그런 속에서 서울 쥐는 마치 곡예사처럼 날쌔게 이리저리 시골 쥐를 끌고 다녔다.
시골 쥐는 드디어 서울 쥐의 으리으리한 식당에 안내되었다. 그러나 막 수저를 들려고 하는 순간 고양이의 달가닥 소리가 났다. 기겁을 한 시골 쥐는 『아무리 가난해도 편히 살 수 있는 내 집이 좋구나…』하고 시골로 도망쳐 내려갔다.
「이솝」의 우화에 나오는 이런 서울 쥐는 사실은 「히스테리」성 신경질환의 환자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는 사람들을 여러 종류의 신경성질환의 환자로 만들고 있다.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개인의 정신 「밸런스」다. 현대의 생활 조건은 온갖 정신병과 「히스테리」 증세를 증가시켜 가며 있다….』
이렇게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 『1985년의 「프랑스」』에도 적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열 사람에 두사람 반 꼴로 신경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섞여있다 한다.
신경성질환은 흔히 말하는 정신병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병명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곧 항상 극도의 불안감에 사로 잡혀 사는 불안신경증·하찮은 일에도 공포를 느끼는 공포증성신경증, 쉴 사이 없이 자주 손을 씻어야 마음이 놓이는 따위의 강박신경증, 내적 갈등이 심할 때 생기는 억박성신경증 등등 그 유형도 가지가지다.
그런가하면 실제로 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신경쇠약성 신경병증·자기 건강에 대해 병적인 불안감을 느끼는 심기성신경증도 있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것이 「히스테리」성 신경증이다. 그 중에서도 흔한 것이 분열형이다.
요새는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신경질 나게…』하고 푸념하는게 입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신경질이 나게 만드는 일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히스테리」 환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도 당연한 현상이다. 「히스테리」가 여성에게만 흔하다는 것도 옛말이다. 정신병리학자 「귀스타브·르봉」에 의하면 개인이 완전히 집단의 일부가 되어버려 「개성」을 잃게 되면 이성보다도 감성이나 본능이 앞서게 된다고 한다.
이게 바로 「히스테리」다. 그것은 또 신경 피로가 초래한 정신적 「언밸런스」의 상태라고 정신분석학자 「폴·쇼셜」은 말했다.
결국 현대는 모든 사람을 「히스테리」 환자로 만들어가며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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