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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딸 이용 공작정치" … 문용린 "자녀 안 돌본 패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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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고승덕(왼쪽)·문용린 후보가 1일 각각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고 후보의 딸이 인터넷에 쓴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고 후보의 딸 희경(미국명 캔디 고)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고 후보를 비판했다. 김성룡 기자, [뉴스1]
고승덕 후보의 장녀 희경씨. [페이스북 캡처]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자녀 변수가 떠올랐다. 고승덕 후보가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장녀 희경(27)씨가 “자식을 돌보지 않은 고 후보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다.

이에 대해 고 후보가 “부덕의 소치이지만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며 문용린 후보 측 연루설을 제기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희경씨는 지난달 31일 ‘캔디 고’(Candy Koh)란 영문명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머니가 나와 동생을 미국으로 데려온 뒤 고 후보는 우리와 연락을 끊었다”며 “전화·인터넷이 있는 데도 나와 동생의 안부를 물은 적이 없고, 금전적인 부분을 포함해 교육을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후보는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차녀와 결혼해 희경씨와 아들을 낳았다. 이후 이혼한 고 후보는 현재 재혼했다. 희경씨는 “혈육을 가르칠 의지가 없으면서 어떻게 한 도시의 교육을 이끌 수 있느냐”고도 했다. 또 언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선 “고 후보가 ‘선거에서 아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며 울었다는 보도를 보고 공개 글을 쓸 결심을 했다”며 “그 눈물은 아들을 위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임을 인정하고 서울시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딸을 이용해 저를 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고 말해 후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1992년 귀국한 후 자녀를 한국에서 키우길 원하는 저와 미국시민으로 키우려는 전처 간에 갈등이 있었다”며 “불화 중 전처가 양육권을 달라고 한 뒤 98년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났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몇 년에 한 번 한국에 올 때 만났고 가끔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해명했다. 희경씨가 글을 올리기 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세월호 선장이 팬티 바람으로 도망가는 장면이 생각났다”며 “딸이 아버지를 흠집 내고 아버지는 딸을 돌보지 않는 것은 패륜 아니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의 장남 박성빈(희경씨 외삼촌)씨가 “조카의 뜻과 가족이 생각하는 게 다르지 않다. 잘 싸워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고 소개했다.

 이를 두고 고 후보는 ‘공작정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문 후보와 박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과 총리로 재임하는 등 끈끈한 관계”라며 “딸의 글이 박 전 회장의 아들과 문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게 아닌지 정황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 후보는 박성빈씨와 포스코청암재단 이사로도 함께 일했다”며 “문 후보가 공작정치에도 능하다는 걸 안 이상 문 후보에게 서울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은 즉각 고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고 후보의 회견에 대해 희경씨는 코리아 중앙데일리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나만의 판단을 내릴 만한 의견과 능력을 가진 27세의 성인”이라며 “아버지에게 화를 품고 싶은 생각이 없고 다만 고 후보가 자녀 교육에 참여한 바가 없다는 점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기환·신진·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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