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성장의 그늘을 지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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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간은 품위있는 행복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환경 속에서 자유·평등 및 충족한 생활조건을 향유할 기본적 권리를 가지며 현세대 및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을 보호 개선할 엄숙한 책임을 진다-(「유엔」인간환경 선언 제1조).
미국국립안전위생연구소가 76년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은 5만2천여 가지다. 특히 산업장에서 원재료·생산품·생산공정·생산부산물을 통해 이들 유해물질은 근로자의 건강을 해친다.

<유해물질은 5만여종>
『하루종일 일하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갈 때는 귀가 잘 안들려요. 처음에는 귀가 때만 그렇더니 요즈음엔 평소에도 귀가 잘 안들려요. 지난봄 집단검진 때 직업성 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서울평화시장에서 일당 1천원을 받고 하루 12시간 봉제를 하는 김점순양(18)은 같은 동료들도 몇 개월 지나면 난청을 호소한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의 초조에 따르면 전체 산업장의 90%이상이 불량한 작업환경이다.
그것은 각종 직업성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근로자들의 숫자를 보아도 짐작이 간다고 길병도박사(한강성심병원 의과학「크리닉」소장)가72년부터76년까지 4만7천5백1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업병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4.08%인 6천6백88명이 환자로 판명됐다. 그중에서도 76년의 경우 섬유제품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29.3%, 종이 및 종이제품제조업 11.7%, 토석 유리제품제조업 11.5%,고무제품제조업 10.7%,광업 및 석탄제조업 10.6%가 직업성 질환을 앓고있어 이들 산업장의 환경이 얼마나 불량한지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직업병중 가장 흔한 것은 소음성난청 (26.6%) ,「크롬」중독 21.4%, 납(연)중독 5.7%(75년)등인데 일본의 경우 난청 12.2%, 「크롬」3.l%, 납 2.4%에 비교할 때 2∼7배나 된다.

<너무 늦기 전에 손대야>
이렇듯 우리나라 근로자의 대부분은 여전히「품위있고 행복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환경」은 커녕「굶어 죽는 것보다 공해가 낫지 않겠느냐」는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왜 그런가. 김세권 박사(과학기술처 심의관)는『기업가의 과감한 공해방지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철강공업 공해방지비는 설비투자액의 17%나 된다. 일본은 이보다 더 높아 무려 19.9%를 차지하고있다(75년). 우리나라는 경공업의 경우 77년부터 91년까지 총투자액에 대한 공해 방지비는 기껏 5%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노정현 교수(연세대)는「후진국에서의 경제개발과 환경」이라는 논문에서 그 원인을『공업선진국은 공해를 제거할 목적의식과 충분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데 불행히도 개발도상국은 이 양자가 거의 결여되어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얼마나「선 생산·후 분배의 원칙」을 고집하면서 환경문제를 외면해왔는지는 각국의 GNP에 대한 환경보전비(75년)를 비교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별표 참조). 70년부터 75년까지「맑은 공기 깨끗한 물」을 위해 미국정부가 쏟아 넣은 돈은 52조5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숫자다. 우리 정부는 74년부터 77년까지 공해방지비로 기껏 9억7천1백 만원을 썼을 뿐이다.『수출증대와 중화학공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파괴되어 가는 환경문제를 놓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하겠읍니다. 너무 늦기 전에 공해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지요』.
국토개발 및 공해대책문제 전문가인 김경변 박사(재미과학자)는 국토 및 환경보전이 우리세대가 당면한 최대과제라고 역설하고 국민들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환경교육을 실시, 환경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민의 고발정신 필요>
경제개발도 필요하고 성장도 좋지만 환경문제는 문제의 초점이 인간 자신인데다 오늘의 인간뿐 아니라 이 세상에 태어날 후손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가치에 우선해야 할 윤리문제다. 따라서 환경보전의 책임은 단지 정부나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것이라는 노재식 박사(한국원자력연구소 환경관리연구실장)는 환경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종합대책을 아쉬워한다.
신응배 박사(KIST환경연구실장)는 공해문제에 대한 전시 효과적 재래식 접근방법을 벗어나 우리의 환경에 대한 정확한 상황파악과 함께 공해원으로부터 피해까지의「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예상공해에 대한 사전예측 등 광범위한 접근방법이 요청된다고 말한다.
한편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시민의 고발정신이 필요하다. 그래서「유엔」인간환경선언 제6조는『모든 국가 시민들의 오염방지를 위한 정당한 투쟁은 지지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끝>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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