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농약의 사용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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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시책 평가구수단은 1.4분기 심사분석 보고에서 농약공해의 방지를 위해 인명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맹독성 농약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건의했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농기공해는 최근에 발생한 담양의 고은석씨 일가족 중독사건을 들출것도 없이 이미 절실한 현실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다.
농약공해는 한마디로 식량증산 운동과 이에 따른 철저한 방제지도에서 불가피하게 유발된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농작물에 비료를 많이 주어야 하고, 비료를 과용하면 병충해의 발생이 격증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농약 의존도도 해마다 늘어나게 마련이다.
여기다 최근 수년사이 현저해진 농촌의 일손 부족은 제조·살서 작업까지 약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 농약수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리하여 농촌의 일상 생활 가운데 농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고 때문에 오용이나 과용에 따른 농약 재해도 급증하게 돼 있는 것이다.
평가 교수단의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농민 6백76명 가운데 3분의1이 중독 경험을 가졌으며 사망자도 l.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쯤 되면 병충해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농약이 어느덧 농민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성 중독 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환경오염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미량이나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안에 축적되는 농약으로 인한 만성 중독현상인 것이다.
농약에 오염된 농작물이나 가축들은 육·난·유·채소 등 식품으로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 마침내는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살균용 농약 가운데는 인체에 내성균을 발생시키고, 또 항체반응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알레르기」적 체질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조차 허다하다.
때문에 현대의 농약은 특정 농작물의 병충해에 대해서만 독성이 강하고, 인축에는 급 만성독성이 없는 것만을 골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마라티온」·「스미치온」등 맹독성 농약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밖에도 수은제인 「BHC」·「트린」제 등은 독성이 비교적 낮지만 다른 농약에 비해 토양이나 가축 및 인체안에서의 잔류기가 길어 장기적으로 볼 때 집적에 의한 피해는 더욱 크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실정에서 이 같은 유기 수은제 농약의 사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모르는 사이에 전체 국민보건에 큰 해독이 미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따라서 농약사용 규제 대책은 맹독성의 유·무에만 기준을 둘 것이 아니라 분해의 난역도 및 잔류성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신중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속분해·비잔류성 농약·항직물「바이러스」제·곤충생「호르몬」·생물 농기 등 안전성이 높은 농약만을 사용하도록 철저한 계몽과 지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대책으로는 유기질비료만의 투여와 천적들에 의한 방충효과를 최대한으로 활용한 이른바 「자연농법」내지 「유기농법」의 적극적인 활용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금년 3월에 개최된 전국 농업기술자 협회 총회가 그 산하에 유기농업 연구회를 두기로 하고, 우리나라의 독농가 및 농정 당국자에게 지금 세계 각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유기농업에의 관심을 제고시킨 점을 주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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