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들이 불우 고아 뒷바라지|일신제강 여직원모임「여정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불우 고아를 밝고 떳떳하게 키워 사회에 내보내자』-. 고아인 권은주양(13·동일여중l년)은 이제 한 직장 여직원들의 따뜻한 도움을 받아 지난날의 침울하고 삐뚤어졌던 모습을 벗고 명랑한 소녀로 자라고 있다. -
일신제강(서울 종로구 수송동 51의8)여직원 92명은 사회봉사 활동을 목적으로 여정회(회장 김황희·23)라는 친목단체를 조직, 조그만 첫 사업으로 불우 고아인 권양과 결연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 주고있다.
권양은 고아원인 혜명 보육원(원장 김도경·44·서울 영등포구 시흥동 224의1)원생으로 3세 때 아버지를 잃고 5살되던 70년5월 어머니에 의해 혜명 보육원에 맡겨진 채 어머니는 지금까지 행방을 감춰 고아아닌 고아가 된 딱한 처지.
성격이 지나치게 내성적이었던 권양은 불우하게 자랐던 부모의 따사로운 정에 굶주린 데다 폐결핵까지 겹쳐 우울하고 어두운 성격이 되어갔다.
보육원의 보모들이 아무리 잘 보살펴 줘도 부모만은 못 했고 많은 원생들에게 골고루 손길이 미칠 수 없어 권양은 외톨이가 됐다.
이 때 여정회를 창설한 김재희양(27·일신제강 경리부)등 언니들이 권양과 결연. 따뜻한 손길이 미쳤다.
김양 등 여정회원들은 보사부와 한국 봉사회(불우 아동 결연 단체)등의 불우 아동 결연사업에 호응, 76년 9월 권양과 결연했다.
여성회원들은 권양과 결연한 것을 계기로 5천원의 결연 기금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박봉을 쪼개 생일·어린이날·「크리스머스」등 명절 때마다 혜명보육원을 방문, 권양과 원생들에게 학용품·과자·과일 등을 한 아름씩 선물하고 흥겨운 놀이로 고아들을 위로해 주고 있다.
또 소풍·운동회 때도 빠짐없이 권양을 찾아 함께 지냈고 매주1번씩 혜명보육원을 찾거나 권양을 초대해 회사를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회원들 집으로 데리고 가 함께 잠을 자며 성격을 밝고 올바르게 교정시키는데 주력했다.
권양의 건강도 보살펴 이제는 폐결핵도 완치돼 학업에 전념하는 건강한 소녀로 자라고 있다.
혜명보육원장 김씨는 보육원생 97명중 60%는 단체나 개인과 결연관계에 있지만 대부분 월5천원씩 회비만 낼뿐 결연 고아와 얼굴한번 대하는 일도 드물어 형식적인 관계만 맺고 있어 따뜻한 사랑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회원들은 권양을 인간적으로 정성스럽게, 따뜻이 이끌어주고 있어 다른 결연관계와 다르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고아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부모와 같이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정이라고 말하고 이런 의미에서 여정회의 결연 사업은 비록 작은 규모지만 성공적인「케이스」라고 흐뭇해했다. 여정회는 72년 11월에 조직돼 처음에는 단순한 친목단체에 그쳤지만 권양과 결연한 뒤 봉사단체로 변신, 앞으로 더 많은 고아들과 결연 사업을 펼 계획이다.【김광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