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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엉터리 안전점검, 처음부터 다시 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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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가 안전점검을 통과한 도내 주요 건물 224곳을 대상으로 지난 8~16일 불시에 소방점검을 다시 해봤더니 무려 67%(152곳)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화재점검 장비가 작동하지 않거나 대피 기구(완강기) 등이 없는데도 있다고 허위 기재한 곳도 있었다. 유사시 인명을 좌우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의료시설도 27곳 중 19곳(70%)이 엉터리였다.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고 살 수가 있겠는가.

 세월호 사고 뒤 정부가 전국 다중이용시설·여객선·병원·교통시설 등에 대한 일제 안전점검을 했음에도 굵직한 사고가 줄을 잇는 데는 이러한 엉터리 점검이 한몫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점검방식을 보면 200여 가지 항목을 거의 하루 만에 다 하고 있다. 이런 허술한 안전점검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28일 화재로 21명이 숨진 장성 요양병원은 화재가 났을 때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컸는데도 ‘화재 시 대응 및 환자 대피 훈련’ 등의 항목에 합격을 뜻하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이런 엉터리 안전점검은 결국 막을 수 있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사고에서 숱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충분한 시간과 인력·비용을 투입해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원점에서 새롭게 다시 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중시설의 비상구·소화기·소화전·방화셔터·제연시설 등 안전 관련 시설과 설치물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불안해하는 국민을 어느 정도라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교차 체크를 실시해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점검에 대한 품질관리까지 제대로 해야 엉터리 점검을 어느 정도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중이용시설·학교·대형건물 등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실제 상황을 상정한 재난 대피 훈련도 해봐야 한다. 다소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교육·훈련이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국민과 기업·정부의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한 나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