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임동원 出禁] '北 송금'핵심, 수사 도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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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송금 의혹사건을 풀 핵심 인물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이 급기야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수사는 이달 중 구성될 송두환 특검팀에 넘겨진 상태지만 애초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이 대신 출국을 금지시킨 것이다. 혹 이들 중 일부가 출국해 특검의 조사가 지장을 받을 경우, 또는 추후 검찰이 수사를 재개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다.

특히 宋특검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출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일부 기자의 말에 '그럴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뒤에 발언 사실을 일절 부인했지만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원론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사안의 민감성에도 불구하고 일단 朴.林씨의 소환은 물론 金전 대통령에 대해 서면 등을 통한 특검의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외환위기 초래라는 소위 '통치행위적 사안'을 놓고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은 바 있다.

박지원씨는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면서 사실상 유일한 대북 창구였다.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여겨지는 그로부터 밝혀낼 수 있는 건 우선 싱가포르 비밀회담 내용이다. 朴씨는 2000년 3월 북측의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그러나 구체적 회담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서 남북 정상회담 조건으로 대북지원 밀약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朴씨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싱가포르에는 휴양차 갔으며 북측과 접촉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가 불거진 지난 2월 金전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 자리에 배석해 "북측에서 비공개를 요구해 외교 관례상 어쩔 수 없었다"고 위증을 한 이유를 해명했다.

朴씨가 송금 기획자라면 임동원씨는 이를 추진하면서 현대 측과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을 했다. 따라서 그에게서 현대 측의 송금 규모와 보낸 돈의 구체적 성격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林씨는 金전 대통령 성명 당시 "현대가 사업권 독점을 조건으로 5억달러를 북에 보낸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보충 해명을 했었다. 그러나 송금액의 전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林씨는 "당시 현대로부터 환전편의 제공 요청을 받고 관련 부서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해 국정원이 사실상 '돈세탁'에 관여했음도 인정했다.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기호 전 경제수석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을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람들이다.

한편 특검팀은 다음주 중 宋특검이 청와대에 특검보 후보 4명을 추천, 대통령이 두 명을 임명하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특검보 후보로는 판사 출신의 김종훈, 검사 출신 박광빈 변호사 등 11명이 거론되나 상당수는 고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배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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