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비극의 시발「워터게이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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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2년6월말과 7월초 나는 마침내 대통령직의 종말에 이르는 첫 발을 내디뎠다.
6월16일 금요일, 나는 주말을「플로리다」주에서 보내기 위해 혼자 백악관을 떠났다.
아내「페트」는 서부지방에서 대통령선거「캠페인」에 참가 중이었다.

<아마 농담이겠지>
「바하마」군도의 외딴섬「그랜드케이」에서 편하게 쉰 뒤 일요일 아침 나는「키비스케인」의 별장으로 떠났다. 구수한「코피」냄새를 맡으며 주방「카운터」에 놓인『「마이애미·해럴드」지를 대충 훑어봤다. 1면 왼쪽 중간쯤에「마이애미」인들, 수도「워싱턴」에서 체포되다-민주당본부 도청기도』라는 제목의 짤막한 기사가 있었다.
고무장갑을 낀「쿠바」인들이 민주당본부에 도청「마이크」를 설치했다는 내용인데 도대체 터무니없는 얘기였고, 나는 무슨 농담이나 장난이거니 여겼다. 나는 신문을 던져두고 수영하러 나갔다.
나는 일요일 오후「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군1호기에 올랐다.
귀로에「보브·홀드먼」(백악관 수석보좌관)으로부터「워터게이트」침입사건에 나의 대통령재선위(CRP)의 고용원이 관련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 기분이 상했다.「홀드먼」은 백악관에서는 아무도 관련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쪽 사람 누구도 그 사건에 개입돼서는 안 된다고「홀드먼」에게 말했다. 그것은 그 사건 자체가 바보짓이며 도대체 도청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워터게이트·빌딩」에서 체포된 CRP 고용원은「제임즈·매코드」란 자였다. 전직CIA안전관이었던「매코드」는 CRP와 공화당 전국위(RNC)에 보안 자문관으로 고용됐었다.

<백악관도 보안을>
6월20일 화요일 아침「워싱턴·포스트」지는「워터게이트」에서 체포된 2명의 주소록에서「하워드·헌트」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동지는 전직CIA요원인「헌트」가 72년3월29일까지「척·콜슨」의 보좌관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콜슨」은 나의 측근 보좌관 중의 하나로, 만약 그가「워터게이트」침입사건에 관계돼있다면 사태는 전혀 뜻밖의 국면으로 접어 드는 것이었다.
6월20일 내가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홀드먼」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것은 대화 녹음「테이프」에 18분30초간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그 18분30초 대화 중 일부는「홀드먼」이「노트」해 두었는데「워터게이트」침입사건에 대한 나의 첫 반응가운데 하나는 나도 절대로 도청 당하지 않도록 내 백악관 집무실을 정기적으로「체크」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월터즈」CIA부국장은「그레어」FBI국장 서리에게 전화를 걸어「워터게이트」사건의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고 종용했다. 나는 수사가 확대되면 매우 이롭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국가이익을 위해서도 FBI가 수사에 손뗄 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의혹의 먹구름이 여전히 백악관을 덮고 있었다. 72년 말과 73년 초에 이르러 사태는 더욱 미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존·딘」의 폭로로>
나는「매트·그레이」를「워터게이트」수사에 관한 한 모두의 신임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FBI국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자기에 대한 상원법률위 인준청문회에서 FBI수사 철을 공개해 버렸다.
민주당의원들은「그레이」인준동의에 앞서서 이 사건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내 보좌관「존·딘」의 증언을 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73년3윌15일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은「존·딘」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존·딘」을 옹호했으며, 대통령보좌관이 의회위원회에 출두하여 증언한다는 것은 전례도 없으며 고려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3윌21일 수요일 아침 10시쯤「존·딘」이 문제가 심각해져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존·딘」이 내게 경고하려했던 것은「워터게이트」사건의 은폐기도가 문제로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존·딘」을 멀리하고 있었다. 내가 만약 그를 등지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는 틀림없이 내게서 돌아설 것이었다.
「존·딘」때문에 내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그는「워터게이트」은폐기도에 대한 내막을 밝히며「홀드먼」「엘리크먼」등이 이에 관련됐다고 폭로했다.
이들을 감싸기 위해서는「존·딘」의 신용을 떨어뜨려야 했고 그를 내 보좌관으로 계속 둔다면「홀드먼」과「엘리크먼」에 대한 그의 비난을 믿고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4월15일 일요일아침「딕·쿨레인딘스트」법무장관은「홀드먼」과「엘리크먼」이「워터게이트」사건에 관련, 형사입건 됐다고 보고했다. 고발인은「존·딘」이었다. 그날 오후 늦게「콜레인딘스트」법무장관이 찾아와「홀드먼」과「엘리크먼」을 사임시키라고 요청했다.
「피터슨」국장은 그들에 대한 증거가 확고하지는 않지만, 이미 그랬듯이 앞으로 대통령을 난처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나는「홀드먼」과「엘리크먼」이 사임하지 않는다면 백악관과 대통령인 나에게 상처를 입힐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나는 친구들을 해임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나는 내가 살아 남기 위해 그들을 사임시킬만큼 자기 중심적이긴 했으나, 친구를 손쉽게 제거할 생각을 할만큼 그렇게 무자비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들이 해임 당했을 때 받을 충격을 걱정했으나, 그들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내가 받게될 충격을 더 걱정했던 것이다.
나는 4월30일 밤 연설에서『나로서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했다. 나는 오늘 가장 가까운 내 보좌관 2명의 사임을 수락했다.
그들과 같은 가장 훌륭한 공직자들을 알게 된 것은 나의 큰 보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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