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재정난의 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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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사학들이 스스로 재정난을 타개할 수 있도록 사학 금고를 설치하는 한편, 사립 재단에 부과되고 있는 각종 세금도 감면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정비하는 방안이 정부·여당 당국자에 의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사학은 학교 법인의 기본 재산 부실과 법인 전입금의 부족 등으로 학교 운영비의 90%가 학생 납입금에 의해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우기 68년부터 실시된 중학교 무시험제와 73년부터 시작된 고등학교 평준화 시책은 사학의 운영난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여기다 교원 처우 개선 및 학교 운영비의 증가로 인한 재정 수요의 가중으로, 특히 중등사학은 자체로써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이르렀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처럼 부족한 교육 재정은 필연적으로 교육 기능의 저하를 초래하고 사학으로 하여금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사학은 중학교의 38%, 고등학교의 51%, 대학의 80%, 전문 학교의 82%등 전체의 60%를 넘는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사학의 운명은 곧 국민 교육 전체의 운명과 직결 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학 진흥책은 국가 또는 범국민적으로 모색되고 추진돼야할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사학 진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학에 대한 국고의 재경 지원을 과감하게 늘림으로써 사학 교육 재정의 안정성을 유지·회복케 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학 금고 설치안은 정부가 사학 금고 설치를 위한 일정액의 기금만 투자하고 그 운영은 각 사립 학교의 적립금과 독지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토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사립 중·고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가 관리비를 제외하고도 매 학교 당 연간 3천만원 정도의 재정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기금만으로써 과연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며 정부가 본 결단을 내려보아 대담한 지원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자명해진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정부가 체신성의 학생 우편 저금을 사학 금고의 기금으로 대부해주고도 그밖의 출자금으로 연간 4백억「엔」이상의 지원을 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에만 해마다 1백80억「엔」의 경상비와 소요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억4천5백만「엔」 (약 5억원)의 시설비를 보조해 주고 있음을 음미해야할 것이다.
우리 나라도 사학에 대한 국고 지원의 확대, 사학 재단에 대한 세금 감면과 더불어 신설될 사학 금고의 대부 이자는 상당 기간의 장기 저리로 하되 시중 은행과의 이자 차액은 국고에서 보상하는 방법도 고려해 봄직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학 경영자들도 종래와 같은 안역한 학교 운영 방식을 버리고 교육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적극적으로 감당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부 사학이 이른바 각종 부조리 때문에 국민들의 부신을 자초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
이런 관점에서 사학은 국가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국가와 사회 각계의 지원을 받기에 떳떳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독지가들의 희사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사학이 당면하고 있는 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당국과 사학이 다함께 과감한 결단을 내려 비상한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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