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화학 기업인 효성그룹은 올 3월 스위스에서 열린 ‘2014 제네바 모터쇼’에 참가했다. 현대자동차의 콘셉트카 ‘인트라도’의 뼈대와 지붕, 사이드 패널 등이 효성이 개발한 탄소섬유 ‘탠섬(TANSOME)’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기존 철강으로 만든 제품보다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는 60% 정도 가볍다”며 “탠섬이 차세대 자동차 소재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독자적인 기술로 신(新) 소재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이념으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효성은 R&D에 157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2012년 대비 9.7%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탄소섬유와 폴리케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R&D 투자 비용이 늘었다는 것이 효성 측 설명이다. 특히 폴리케톤은 10여 년 간 효성의 R&D 집념이 일궈낸 대표적 성과다. 효성은 이 기간 동안 5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폴리케톤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폴리케톤은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와 올레핀으로 만든 신소재로 나일론 대비 충격 강도는 2.3배, 내화학성은 30% 이상 우수하다.
효성은 폴리케톤 기술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133건,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해외에선 27건의 신물질 관련 특허 출원·등록을 완료했다. 2012년부터 울산에 연간 생산능력 1000t 규모의 폴리케톤 중합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효성은 201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규모의 폴리케톤 공장을 건립할 방침이다.
탄소섬유도 효성이 R&D에 집중하는 분야다. 탄소섬유는 무게는 강철의 4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고부가가치 소재다. 최근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전자기기·운동기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용처가 늘고 있다. 탄소섬유는 지난해 5월부터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서 연산 2000t 규모로 생산 중이다. 조현상 산업자재 PG장 겸 전략본부 부사장은 “2011년 개발한 탄소섬유와 지난해 11월 개발한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 등이 효성의 미래”라며 “앞으로도 R&D 투자를 통해 또다른 신소재를 개발해 ‘향후 100년을 위한 먹거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