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유실수(3)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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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작년 추석 때만 해도 가마당(80㎏) 4만5천∼5만원 하던 밤 값이 지금은 15만∼1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3배 이상이 오른 시세다. 작년 봄에도 5만원을 넘기지 않았었다.
남아 돈다던 밤 값이 이처럼 껑충 뛴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에는 추석(9월27일)이 예년보다 늦은데다 밤의 출회가 빨라 추석 명절에 예년보다 대량 소비됐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그보다도 수출이 급격히 늘어 국내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집약된 의견이다.

<작년수출 2천t이나>
작년의 밤 수출량은 1천9백92t(3백3만4천달러)으로 76년의 5백86t(83만9천달러)에 비하면 3배 이상이 늘었다.
수출「오퍼」를 받고도 모두 응하지 못해 이점도 실적에 그쳤지만 3천∼5천t의 수출은 무난했으리란 수출업계의 설명이다. 요구에 응하지 못한 직접이유는 밤값 상승 때문이지만 결국 물량 부족으로 귀착된다.
같은 밤이라도 수출품으로서는 깐 밤이 최고 인기다. 작년의 밤 수출내용을 보면 생밤 39t(4만4천달러), 통조림 6백35t(1백20만9천달러), 황율 25t(2만6천달러)인데 깐 밤은 1천2백93t(1백75만5천달러)에 달했다.
우리 밤의 수입국인 일본의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일본은 77년에 1만7천 2백50t을 수입하고 있는데 일본 시장의 수요 동향을 파악하여 노동력이 풍부한 우리실정에 맞고 일본 시장에서 인기 있는 가공품을 만들어 수출한다면 수출 수요는 계속 늘 전망이다.
문제는 생산이다.
한때 밤의 과잉생산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이 기우라는 것은 이미 밝혀진 셈이다.

<시급한 수량확보>
그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하면 생산을 늘릴 것인가를 연구·실시해야 할 때다.
작년에도 전반적으로 낙과현장이 심한데다 충남북 일대에는 해거리(격년결실) 경기·강원 지역에는 동해 피해가 적지 앉았다 한다.
애써 심어 놓고도 제대로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원인은 우리가 시비·전정·수분 등 관리기술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밤나무는 다비성 수종으로 지력 요구도가 높은데 비해 우리 나라 산지는 부식토가 씻겨 내려간 척박한 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밤나무를 제대로 키워 많은 수확을 거두려면 역시 비료를 많이 주는 길 밖에 없다.
흔히 밤나무는 조방재배가 가능하다하여 심어만 놓으면 잘 자라는 것으로 잘못 인식 돼 있으나 시비를 소홀히 하면 수세가 약해지고 자연낙과·해거리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
비료에는 퇴비가 으뜸이다.
퇴비를 준 나무는 과실의 수량이 2배 이상 늘고 선도가 높아지며 맛이 좋아진다. 삼요소외에 철분·「칼숨」·붕소 등 미량 요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낙과 방지에 직접 효험이 있다. 퇴비 중에도 돈분 퇴비가 특히 좋다. 일본에서는 11월 중순에 단보당 30t의 돼지퇴비를 시비하여 10년 이상 매년 4백50㎏을 수확한 사례가 있다.
밤나무 재배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낙과현상은 병충해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불수정과가 가강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중요한 수분수혼식>
따라서 수분수의 혼식도 중요한 문제다. 밤나무는 자가 수분율이 38%를 넘지 않을 정도로 수분이 어렵다.
웅화와 자화가 동시에 개화해도 자화가 3∼7일 빨리 성숙한다. 그러므로 웅화의 개화가 빠른 품종을 선정 혼식함으로써 수분율을 높여 주어야 한다.
나무가 자라서 옆나무와 가지가 맞닿게 되면 일조 부족으로 자화 착상이 불량해지며 그결과 낙과가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또 밑가지가 고사하여 수관이 작아지고 수세가 약하게 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적절히 간벌을 해주어야 한다.
밤나무는 단보당 40⑾그루를 심는 것이 보통인데 수확을 보다가 7∼8년 되었을 때 1차로 절반 정도를 간벌하고 다시 수세 등을 보아 2차 간벌을 실시하고 최종적으로 비옥한 땅은 10그루, 척박지는 20그루 점도를 남겨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밤 나무는 정지·전정을 하지 않고 방치해 왔으나 좋은 열매를 맺고 해거리와 병충해를 막으려면 가지치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
가지치기는 변칙주간형이나 개심자연형으로 하되 12월부터 3월까지가 적기다.

<석회 발라 동해 막아야>
밤나무 재배에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것은 동해 방지다.
동해는 영하15도 이하의 기온이 30일 이상 계속되면 피하기 어려우며 고지대일수록 심하므로 표고 4백m이상 고지대에서는 직재를 피하는게 좋다.
또 동해가 심한 지역은 기온변화가 심한 동·남·서향이므로 동해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동북간 기슭이 적지다. 동해를 예방하려면 지상 l∼1·5m 높이까지 수간을 수성「페인트」 또는 석회로 바르고 인산·가리를 시비하여 내한성을 길러 주어야한다.
밤나무 재배는 정부가 대대적으로 보급시킨 만큼 재배·관리상의 문제점을 하루 빨리 시정토록 하여 생산을 늘림으로써 눌어 나는 수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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