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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국봉은 왜 평양에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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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국봉 중공당 주석은 금명간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경표 중공 부수상이 확인했다고 16일 일본 공동 통신이 보도했다.
주한미 지상군의 철수계획과 관련, 미·남북한간의 3자 회담안이 분분한 가운데 이루어지게 된 화국봉의 평양 방문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인 정세 추이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본사는 이런 점을 감안, 화국봉의 평양 방문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한 일 양국의 전문가의 예진을 준비했다.

<이기탁 연세대 정법대교수>급격한 친소선회 저지가 목적|미국의 북괴 접근설과도 관련
화국봉의 북한 방문은 미국의 대북한 접근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는 오늘의 북한의 향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북한은 오늘날 그의 체제적이거나 외교적인 방향의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본다. 북한은 미군 철수라는 한반도 안전체계의 전환에서 한국과 협상 해보았고 중공과의 협상 「채널」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미국으로부터 그 어떤 보장을 받으려 시도하여 왔다.
또 74년 이후 북한외상 허담의 「대미평화협상안」을 기점으로 하여 미국과의 협상을 시도해 보았고 특히 「카터」미 행정부 이후부터는 집요하게 대미 접근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북한이 현재까지는 「서구 지향적」인 협상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든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북한이 갈 길은 「모스크바」인 것이다.
「미군 철수 이후」라는 문제에서 북한은 서구로부터의 「보장」이 실패할 경우에는 소련의 군사적이며 정치적인 「보장」을 그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받으려 할 단계인 것이다.
물론 그 「댓가」라는 것은 소련이 북한을 「군사 기지화」하거나 「군사 주둔화」할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북한의 「전환」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구와의 협상을 걷고 소련과의 관계를 군사화 한다면 첫째 한반도의 군사 환경은 근본적으로 변한다. 둘째로는 미국의 군사적인 지위가 위협받는다는데 서이고, 셋째 보다 중요한 것은 중공의 입장인 것이다. 가장 단거리로 포위된다.
중공과 미국의 대북한 접근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으나 같은 것은 북한의 급격한 소련 접근을 차단한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화국봉의 평양방문이나 미국의 3자회담을 통한 대북한 접근이나 공히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속공사」에서 우리의 지위를 적용하기 위하여서는 하루 빨리 미국과의 깊은 협상을 통하여 풀어 가는 일이 그 첩경이라고 본다.

<시전수(시바다·미노루) 일 언론인·중공 전문가>반소통일 전선 결성을 타진|군경원강화, 관계개선 모색
중공은 제5기 전국 인민대표대회 (전인대)를 전후해서 등소평 부수상의 「버마」 「네팔」 방문 등을 비롯해서 새로운 근린 외교경책을 전개했다.
화국봉의 평양방문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근린외교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제5기 전인대에서 이루어진 화국봉의 정부보고와 신헌법은 중공이 미국보다 소련을 주된 적으로 하는 반소전략을 명백히 했다.
중공은 반패권 국제전선 결성을 세계에 부르짖었고 따라서 최근 중공 지도층의 일련의 근린 방문 행각은 반소 통일전선의 결성 및 그 강화에 뜻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전인대에서 수상에 유임했고 당의 우두머리에 앉은 화가 첫 외국 방문의 상대국으로 북괴를 선택한 것은 북괴가 아직도 가장 중공편이고 반소 통일전선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중공은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 가장 신뢰하는 동맹관계를 맺고 있던 「알바니아」 와도 이념상의 문제로 점차 멀어지고 있다. 또 중공은 최근의 「베트남」과 「캄보디아」 형제공산국의 국경분쟁에 친「캄보디아」 정책을 펴서 「베트남」과도 소원한 관계에 있다. 따라서 중공으로서는 현재 평양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호국이기 때문에 북괴의 소련경사를 저지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있다.
화의 평양방문은 바로 이같은 반소 통일 전선의 결성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며 따라서 화는 김일성의 친소 경향을 막기 위해 경제·군사적 원조를 강화할 것임은 당연한 예상이다.
방문에 따른 공동 성명이 반소 노선을 명백히 포함할 것인가, 그리고 일·중공 현안문제인 「센가꾸」열도 영유권문제를 포함 할 것인지의 여부등이 주목된다.

<정종욱 서울대 사회대교수>적극적인 방문 외교의 시작|대북괴 현안문제가 주의제
화국봉의 평양방문은 지난달 게5기 전국 인민대표 대회에서 틀을 다진 중공의 신 지도층이 전개하고 있는 적극적인 방문 외교의 시작을 의미한다.
물론 화가 첫 해외 나들이의 대상으로 북괴를 선택한 것은 북괴가 중공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겠다.
오랫동안 기복 많은 관계를 유지해온 중공 북괴 사이를 고러하면 화와 김일성이 양국간의 숱한 현안문제를 다룰 것이 예상된다. 중공에서는 초년 모택동 사후 큼직한 변동이 잇달아 터졌고 그 중에는 미·일등 서방 국과의 「템포」빠른 접근 등 직접·간접으로 북괴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도 상당히 있었다·
월남전 종식 후 북경을 방문, 별성과 없이 대남 강경론을 폈던 김이 이런 사태 발전을 달갑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중공의 새 외교정책이 화·김일성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되리라고 짚어볼 수 있다.
그러나 평양에서 열리는 것으로서는 사상 최초의 중공·북괴당 정상회담에서 중소분쟁과 한반도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경제개발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중공이 서방측의 기술·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중소분쟁에서 북괴가 차지하는 비중은 도저히 무시 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북괴가 중소 분쟁을 이용, 한반도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중공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가할 것이며 중공이 경제원조의 형식으로 북괴에 대한 유화 공작을 펼 공산도 짙다.
특히 얼마 전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극동 국경지역의 방문이 있었고 최근에는 3자 회담설이 나도는 가운데 화의 평양방문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극히 주목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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