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책임 내각'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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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교육·사회·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둬 정책 결정에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의 기능 분산 등 세월호 참사 수습책을 발표한 지 8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여 국정운영을 하며 국무회의나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만으로는 분야별 정책을 조정하는 데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경제정책 분야는 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해 왔고, 외교·국방·안보의 경우는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는데, 비경제정책 분야는 그러지 못했다”며 사회부총리 신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설되는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이 맡게 될 것이란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박 대통령의 구상은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도 큰 변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내각은 ▶총리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의 3각 편대가 주축이 되고 ▶외교안보 쪽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를 맡게 됨으로써 ‘책임 내각’의 형태로 운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은 사회부총리 신설 구상을 밝히면서 상당한 권한과 책임도 넘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던 권한이 총리와 부총리들에게 분산돼 실질적인 책임 내각이 구현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총리는 법질서와 공직사회 개혁, 사회안전, 비정상의 정상화 국정 어젠다를 전담해서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경제부총리는 경제 분야를, 교육·사회·문화부총리는 그 외의 분야를 책임지는 체제를 갖추고자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섹터별로 내각에 책임과 권한을 맡길 테니 책임행정을 하라는 주문”이라며 “대통령 스타일의 큰 변화”라고 해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안대희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구체적인 국정 어젠다 전담을 주문하며 “소신을 갖고 운영해달라”고 말한 대목이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홍원 총리가 아닌 안 후보자의 임명 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겠다는 것도 박 대통령이 책임형 총리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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