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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넘기고 조직 기능은 남겨 … 안행부, 행정자치부로 되돌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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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가 27일 안전행정부의 인사·조직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키로 했던 방침을 바꿔 조직 기능은 안행부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가 정원을 조정하거나 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하려면 안행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그 기능을 현행대로 안행부가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접 밝혔던 정부 조직 개편 방침이 발표 8일 만에 틀어지게 됐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최종적으로는 안행부에서 (조직을 제외한) 인사 기능이 이관돼 이름을 (총리실 소속 행정혁신처 대신) 인사혁신처로 정리할 것 같다”며 “안행부의 이름을 행정자치부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김대중 정부 때의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로 인사와 조직이 이원화됐던 때와 같은 모양새가 된다. 당초 인사 업무와 조직 기능을 떼 와 행정혁신처(총리실 산하)를 만들려는 구상은 축소돼 인사혁신처로 바뀌게 됐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가안전처 설립 등 정부 조직 개편과 인사 혁신과 관련해서는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진 과정에서 혹여 일부의 비판을 악용해서 부처의 조직을 보호하려는 부처 이기주의를 보인다면 이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 부처나 조직, 개인의 손익을 넘어 국가적 소명감을 가지고 후속 조치를 공명하게 추진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8일 만에 방침을 번복하게 된 데 대해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청와대가 아무 검토도 없이 발표했다가 아닌가 싶으니 다시 고쳐서 발표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는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을 못 시켜서 일어났는데 기능을 쪼개고 떼어내서 뭐가 달라지겠느냐”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조직을 보호하려는 관료들의 저항과 교묘한 술책에 말려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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