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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고 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달러」폭락과「엔」화의 상승은 미-일의 국제수지 추이를 생각할 때 당연한 귀결이라 볼 수 있다.
미국은 금년 들어 2개월 동안에 6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2월중의 무역적자 45억「달러」는 사상 최대의 것이다.
미 무역적자의 대부분이 원유수입과 대일 적자에 기인된 것이므로「엔」화 절상 압력은 대일 무역 불균형의 시정을 위한 고육책이라 생각된다.
일본은 작년에 1백억「달러」가 넘는 경상흑자를 낸데 이어 금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일본정부에선 다른 선진국 등의 강한 압력을 받아 경상흑자를 축소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워낙 경제체질이 수출촉진·수입억제형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에 경상흑자와 외환고가 오히려 늘고있는 형편이다.
「엔」대의 폭동은 이러한 구조적 배경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본 은행의 개입으로 수습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일본의 대미수입이 크게 늘어 무역 불균형이 시정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이 적극적인「달러」방위 책을 펼 것 같지 않다.
3월 하순 한때「달러」당 2백20「엔」까지 치솟았던「엔」화는 4월 들어 2백23「엔」으로 약간 반락 했으나 2백20「에」선까지「엔」화가 평가절상 된 것은 일본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장기적으로 일본산업들이 이를 어떻든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은 자동차·전자·철강 등 국제경쟁력이 월등한 업종을 제외하곤 큰 곤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석유등 구조적 불황업종을 중심으로 도산 사태가 일고있는 것도「엔」화 절상에 영향 된바 크다.
「엔」화는 76년 말「달러」당 2백억「엔」에서 77년 말 2백40「엔」, 78년3월말 2백23 「엔」으로 작년 중에 22%, 금년 들어 7%의 상승 율을 보였다고 일본과 미국은 한국무역고의 약60%를 점하기 때문에「엔」화 상승과「달러」하락은 우리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원화는「달러」에「링크」되어 있기 때문에「달러」하락은 원화의 평가절하 효과를 가져온다. 원화의 평가절하, 즉 환율인상은 수출촉진·수입억제엔 도움이 되나 물가안정엔 나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제여건이 국제수지 개선보다 물가안정이 더 시급한 형편인데 환율이란 가격기구가 오히려 이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대해선 깊은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달러」하락에 따라 자동적으로 원화가 평가절하 되는 사태는 환율기준을「달러」화 하나에서 주요 수 개국 통화의 가중평균으로 바꾸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엔」화의 상승에 따라 일본과 경합되는 품목의 수출증가는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수출용 원자재와 자본재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으므로「엔」화상승은 그 수입가격을 높일 것이다. 벌써 대일 수입품의「오퍼」가격이 7∼10%가량 올랐다 한다.
이러한 가격상승은 국내물가 및 수출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 일본의 불황으로 인한 수출규제의 강화도 대일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쳐「엔」화 절상으로 인한 일본의 수입증가 효과를 상살 할 가능성이 많다.
최근의 미일 통화파동은 앞으로 대외경협·무역 등에 있어 환「리스크」문제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제까진 으례「달러」일변도였는데 이것으론 미흡하게 되었다.
정책입안이나 기업경영에 있어 국제통화 문제를 좀더 폭넓게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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