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주면 한국에 가고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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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니이가따 =김두겸특파원】북괴의 북송선 만경봉호를 타기 직전 극적으로 탈출한 재일동포 김태훈씨(41)는 30일 하오「니이가따」현 민단측이 주선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용기가 있어 탈출했다. 이제는 삶의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북송에 동의한 나의 한때의 잘못을 용서해준다면 조국에 다시 돌아가겠다』고 gm느끼면서 말했다.
김씨가 밝힌 북송등의 계기와 탈출경의는 다음과 같다.
58년 일본에 간 김은 8년전 일본인부인과 법적 이혼을 하는 등의 가정불화를 겪으면서도 부인과 동거생활을 하던중 작년10윌「메리야스」공장이 파산, 자녀들의 교육마저 어려웠다. 김씨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메리야스」공장에 취직, 고생을 하자 「오오사까」조총련본부 경제부장 정병애등 간부가 찾아와 『북한에 가면 애들을 김일성학교에 보내어 공부시켜주고 당신도 「메리야스」짜는 기술이 있으니 좋은 직장에 취직시켜주겠다』고 꾀는 바람에 작년10월말께 이들에게 북송절차를 맡겼다. 동생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28일「오사카」역에서 다른 북송가족들과 함께 특등열차편으로 「니이가따」에 도착, 호반「호텔」에 들어가자 북송을 권유하던 때와는 달리 조총련사람들의 태도가 돌변, 단체행동을 강요하는등 위협적인 분위기였고 일본돈을 모두 북괴돈으로 바꾸도록 강요, 일본돈을 얼마든지 가져 갈수있다고 했던 북송권유 당시와는 사정이 달라 김씨는 『속았다』는 생각이들어 탈출을 결심하게됐다.
김씨는 29일 저녁 9시께 경비원의 눈을 피해 「오사카」에 있는 동생 김태봉씨(39)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김태봉씨는 부인 김부자씨와 함께 야간열차편으로 급거 「니이가따」에 도착했다.
동생태봉씨는 자신도 북송을 결심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형의 가족과 기념사진 한장만 찍게 해달라』고 통사정, 7시50분께 아침식사를 하러가는 형 태훈씨를 만나 탈출방법을 논의했다.
11시께 사진을 찍으려는 것처럼 나와서 「호텔」을 배경으로 잠시 「포즈」를 취하다가 갑자기 3백m쯤을 뛰어 도망, 지나가는 「택시」1대를 잡아타고 무조건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이들은 「니이가따」동경찰서에 도착, 보호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우리는 관계가 없다고 거절했다.
김씨 형체는 민단사무실전화번호를 알아내 민단으로 찾아가 보호를 받게됐다.
김씨는 「니이가따」민단본부에서 주선한 「호텔」에서 이날밤 11시께 제주도 서귀포읍 신효리에 사는 어머니 고태길씨(61)와 동생 태봉씨와 약 5분간 국제전화로 통화를 했다.
김씨는 이 통화에서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 주십시오. 「오사카」에 돌아가면 조총련의 「테러」가 무서워 살수가 없으니 한국에서 받아준다면 고향에 돌아가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겠습니다』고 울먹였다.
김씨 일가족은 민단측의 주선으로 4윌1일 한국에 갈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가족이 타고 가려던 제1백80차 북송선에는 당초 1백12명이 신청했으나 이들중 40명이 중도에서 포기, 나머지 72명만이 떠나기로 됐는데 만경봉호는 31일하오6시「니이가따」항을 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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