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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쌀, 보라색 배추 … 기능성 농산물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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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마늘의 변신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마늘을 기능성 원료로 인정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이 행정예고됐다. 올 2월에는 세계무역기구(WTO) 통보를 끝내고 규제심사 같은 마지막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양념으로 주로 사용됐던 마늘이 건강기능성식품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농업은 최근 첨단기술과 결합해 21세기 가장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농업에 가치를 더해 가공품을 만들고 관광·체험으로 변모시키는 소위 ‘6차 산업’이다.

 첨단기술과 농업의 융합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기능성 성분이 가미된 농식품이다. 맛도 살리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에,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농업인의 소득 증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4년에 2506억원이었던 건강기능식품 생산액은 2012년 1조4091억원으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촌진흥청도 건강기능성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기능성을 강화한 품종 개발이다. 주식으로 먹는 쌀에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하여 발효시킨 홍국쌀은 콜레스테롤과 고지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한 보석흑찰과 건강흑미는 항산화 작용이 있어 심장병과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고아미벼는 체지방 감소 효과가 우수해 일명 다이어트 쌀로 불린다. 또 향과 맛이 풍부한 기능성 약용버섯 아위 1호를 개발했다. 아위 1호는 쫄깃하고 아삭한 맛을 가지고 있어 건강한 사람은 맛과 향기를 즐길 수 있고 체질이 약한 사람은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안토시아닌의 한 종류인 시아니딘 색소가 함유돼 항산화 기능성을 강화시킨 보라색 배추 ‘신홍쌈’ 품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양파로는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된 보라색 양파 ‘엄지나라’와 껍질이 연녹색이며 단맛이 많은 ‘스위트 그린’을 개발했다. 맛이 좋고 건강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저장성이 우수하며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일반 양파에 비해 많다.

 농업이 첨단산업으로 진화하는 것은 단순히 농업과 기술의 결합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농작업 자동화, 로봇화 등 첨단 농업 인프라를 구축하면 노동력은 줄어드는 대신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또한 농산물의 기능성화, 고부가가치화, 고품질화는 농가의 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농업이 첨단기술의 옷을 입고 기능성 식품으로 재탄생하면 농가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게 되고 국민들은 좋은 농산물을 섭취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최근 배추·마늘·양파 등 채소 공급이 과잉돼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각각의 채소가 가진 기능성을 제대로 알고 소비가 증가된다면 농업인은 물론, 국민에게도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다. 오늘 저녁은 갓 절인 배추김치에 마늘, 양파가 넉넉히 들어간 생선조림이 어떨까.

이양호 농촌진흥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