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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성패, 전력 분석이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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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개막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야구 열기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전력분석이다. 전력분석은 곧 ‘정보 전쟁’을 의미한다. 정보의 차이는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발굴한 선수들의 가치에 따라 장기적으로 강팀이 되느냐 약팀이 되느냐를 결정짓는다. 이로 인해 각 구단의 정보를 수집하는 스카우트들과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 전력분석원들의 역할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투자에 있어서도 ‘정보력’은 성공적인 투자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야구의 세계에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원이 있다면, 투자의 세계에는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의 실적과 현금흐름, 재무상황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고, 기업 문화라든지 경영진의 성향 등 실제 현장에 가지 않으면 좀처럼 알 수 없는 내용까지도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기업의 잠재 가치를 정확하게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은 향후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지속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경영자들은 기업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과 반대로 미국 경제의 양호한 구조적 전망에 힘입어 기업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피델리티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피델리티의 리서치 애널리스트들 역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서 주식시장에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돌아오고 기업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내다봤다. ‘야성적 충동’이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사용했던 용어로, 이를 해석하면 기업가들이 현재 상황을 낙관하고 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기업 심리가 회복돼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들 간의 차별화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각국의 정책적 이슈에 의해 시장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기조가 한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 간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야성적 충동이 돌아온 경제환경하에서 개별 기업들의 성과는 기업들의 내재된 역량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고, 이때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잘 분석해 승자기업에 투자했는지는 그대로 투자자들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정된 펀더멘털을 가진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자본사용에 나서서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부진한 성과로 역성장의 리스크를 맞닥뜨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덱스펀드나 ETF와 같이 시가총액에 기반을 두고 구성되는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보다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밑바탕이 되는 액티브 투자방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패시브 전략은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자산을 분배하게 되므로, 과거의 승자기업들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시점에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미래의 승자기업이 될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하면 2013년부터 2014년 3월까지 다섯 분기 동안 액티브 주식펀드 총 자금 유입액은 1070억 달러로, 패시브 펀드 자금 유입액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을 포함해도 같은 기간 글로벌 액티브 주식펀드 자금 유입 규모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의 유입액을 웃돌았다. 이러한 액티브 펀드의 자금 유입 급증은 펀더멘털 위주 투자환경으로의 변화를 시사한다.

 전설적인 매니저 피터 린치는 “가장 많은 돌을 뒤집어보는 사람이 보석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의 낮은 변동성에 힘입어 액티브 투자로의 회귀가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을 대신해 가장 많은 돌을 뒤집어 줄 투자 전문가들과 보석을 발견하기 위한 ‘정보력’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신뢰할 수 있는 투자 전문가들의 존재 이유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