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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굴이 주렁주렁…달러가 열린다|한려수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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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정같이 맑은 바닷물을 바탕으로 은하수처럼 깔려있는 크고 작은 섬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이 곳곳에 서린 해상국립공원 한려수도는 관광의 명소뿐 아니라 굴(석화)양식장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구미서 인기 높아>
『석화 따세! 석화 따세! 아낙네들 모두 모여 굴을 따세. 달러를 벌자꾸나. 영차 영차….』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청정해역일대. 충무시와 거제·통영·고성군 등 1시3군에 걸친 4백60여만평의 굴 양식장에는 굴 따기 풍년가가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메아리진다.
뗏목 위에 설치된 크레인 작업반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바닷물 속에 드리워진 줄 10개를 한꺼번에 끌어올리면 수백개의 석화가 주렁주렁 매달려 6개월만에 싱싱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채취된 굴은 해변에 설치된 30개소의 굴 가공공장으로 옮겨져 2천1백 여명 아가씨들의 섬섬옥수로 다듬어진다.
가공품은 통조림·주스·건굴·생굴 등 4종류. 미국·일본·홍콩·구주지역 등 20여개국에 수출돼 연간 2천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굴이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선 바닷물이 공해를 입지 않아 맑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영양가가 높기 때문.
통조림의 경우 1백g당 총열량 2백22칼로리, 단백질 15.1g, 지방 13.2g, 탄수화물 10.7g, 회분 2.5g 등으로 분석돼 외국에서는 원기회복제로 알려져 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 한려수도 다도해역은 교통망과 관광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활환경이 불편했고 바다 역시 잡어류나 조개 등을 잡는 보잘 것 없는 협수로의 내수만으로 버려져왔다.

<크레인까지 등장>
그러나 한려수도가 69년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관광 붐이 일었고 굴양식이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굴 산지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의 굴 총생산량(연간 9만여t)의 20%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우리나라의 80%인 1만4천4백여t을 이곳에서 캐낸다.
이곳 청정해역이 굴양식 적소로 탈바꿈한 것은 울창한 해송으로 뒤덮인 섬에서 흘러내리는 육수가 맑고 천연방파제가 가로놓여 수면이 잔잔해 갖가지 호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굴양식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5∼6월께 채묘를 시작으로 일손이 바빠진다. 굴 줄에 35㎝의 간격으로 20개의 굴 껍질을 매달아 고정 틀을 마련, 썰물 때 하루 8시간이상 바닷물 위에 노출되도록 물 속에 드리운다.
진딧물처럼 씨앗이 붙으면 7∼8월께 어장으로 옮겨 간선에 매달아 4∼5개월의 생육기간을 거쳐 11월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수확기간은 이듬해 6월까지 7개월간.
대형뗏목(가로15m·세로30m)을 타고 인부들이 굴 줄에 갈고리를 달아 끌어올려 일일이 낫으로 잘라내는 것이 재래식 방법. 최근에는 0·8t 크레인 2대를 동원, 1회에 굴줄 10개씩 약 6백㎏을 한꺼번에 수확하는 방법도 쓰고 있으나 고작 전체의 1%밖에 안 된다.
이같은 방법으로 채집된 굴은 가공공장으로 운반돼 통조림의 경우 대형가마솥에 넣고 쪄서 껍질을 깐 뒤 캔을 만든다.
생굴은 바로 껍질을 벗겨 냉동처리하고 주스는 생굴을 갈아 깡통으로 만들어 상품화된다.
굴양식기간에 가장 두려운 것은 적조현상. 바닷속에 있는 플랭크톤이 수온변화·공해 등으로 죽어 물이 빨갛게 변색될 때다. 대개 8∼10월에 간혹 나타나는 적조현상으로 굴이 먹이를 잃고 한해평균 2천대이상 고사하고 만다는 것.
굴 양식장은 8백여개소. 양식장당 20∼2백50대씩 시설돼있어 풍작인 올해는 대당 생굴1t이상을 생산, 일손이 모자랄 정도.

<연수 5천 만원도>
20대를 설치했을 경우 한해수익은 7백20만원이고 2백50대는 자그마치 8천5백 만원이 넘는다. 한해 5천만원이상 벌어들이는 양식장만 해도 1백여개소가 넘는다. 이 고장에서는 굴 양식장을 갖고있어야 지방유지로 통할만큼 굴양식사업이 제주도의 감귤재배만큼이나 황금산업으로 자랐다.『지난해 3천 만원을 벌어 알뜰히 저축했지요. 올해에는 대형 안강망어선 한 척을 장만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한산도 앞에 1백대 시설을 갖추고있는 김병욱씨(39·충무시)는 구릿빛 얼굴에 주름살을 펴며 활짝 웃었다.
『수출전망과 국내판로의 확장은 밝은 편이지요. 그러나 퇴적물을 없애는 바다 밑갈이 작업·집단 폐사 때의 보상길 강구 등 숱한 양식사업의 문제들은 정부의 지원 없이는 풀지 못합니다』―. 굴 수하식 양식조합 지도과장 황양호씨(45)의 얘기다. <글 서송묵 기자 사진 김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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