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총선의 이색 어부지리 "샹송가수들이 재미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차에 걸친 프랑스 총선거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본 직업은 술집도 고무신 장수도 아닌 샹송가수들. 돈으로 따지자면 선전벽보 비라 팸플릿 등을 만들어낸 인쇄업자들을 빼놓을 수 없지만 이보다도 인기로 거금을 모았으며 또 자기의 인기를 더욱 선전한 일석이조의 득을 취한 쪽은 가수들이다. 이들 가수들은 사회·공산·드골·지스카르파를 막론하고 좌우 각 정당이 필요로 했을 뿐만 아니라 딱딱한 정치지도자들의 연설에 식곤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겐 청량제적 존재였다.
그러나 정치집회에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한목 단단히 본 것은 아니다. 이른바 정당의 입장에서 보아 철새라고 불렸고 가수입장에서는 『모든 사람을 위해 노래부른다』는 「왔다갔다」가수들만이 장땡을 잡았다. 반면 정치이념 때문에 샹송을 부른 정치가수들은 무보수로 출연했고 중립주의자를 표방, 아예 정치집회에 출격을 거부한쪽은 선거를 하나마나한 격이 되었다.
필립·크레이가 시라크 만세를 부른 것은 드골파 중앙위원으로서 당연하지만 이사벨·오브레, 스테판·레지아니, 무스타키, 베도스 등이 좌파집회에서 우파타도!를 노래붙여 불렀다. 특히 쥘리에르·그레코와 장·페레는 공산당과 극좌파에서 모시는 가수.
이 같은 정치가수밖에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돈만 주면 OK한 가수들은 『샹송은 만인의 것』이라며 철새론에 발칵 화를 냈다. 퐁피두 전 대통령의 친구였던 쥐·베아르는 『내가 퐁피두와 가깝다고 해서 드골파만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도 없지 않으냐?』고 하며 각 정당을 순회출연.
모스크바의 볼쇼이 무대에 최초로 섰던 젊은 여가수 미레이·마티유도 왔다갔다파.
중립을 지켜 출연포기를 한 미셸·사르두, 클로드·누가로, 아즈나부르, 클로드·프랑스와 등은 『특정인이나 정당을 위해 샹송을 부를 수 없다』고 변명 일석. 이중 클로드·프랑스와는 1차 투표 개표 중 목욕탕의 전구를 갈다가 감전사, 많은 유권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는데 총선을 치른 각 정당들은 『가수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이구동성이다. 【파리=주섭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