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덕적 폭력의 희생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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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외에서 반소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소련시민권을 박탈당한 세계적인 첼리스트 무스티슬라프·로스트로포비치는 17일 이같은 소련당국의 처사는 『도덕적 폭력주의의 소산이며 자신은 그 희생물』이라고 말했다.
런던에서의 레코드취입을 앞두고 파리의 아파트에서 부인 갈리나·비시네프스카야 여사와 함께 2주간의 휴가를 보내고있는 로스트로포비치는 이날 파리 그랜드·호텔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지난 15일 TV를 통해 이 소식을 들었다고 밝히면서 소련공산당 제1서기 브레즈네프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자신과 부인 갈리나의 소련시민권 박탈에 대해 공개재판을 요구한 이 서한에서 로스트로포비치는 『당신(브레즈네프)은 우리가 태어났고 우리 삶의 반 이상을 살아온 조국에서 노년을 보내고 또한 그곳에서 눈감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하려 하고있다』고 쓰고있다.
지난 74년 보다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위해 서방세계로 온 로스트로포비치는 그동안 첼리스트로서의 연주활동 외에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심퍼니·오키스트러 상임지휘자로서도 활약, 구미음악계의 각광을 받아왔다.
로스트로포비치가 소련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60년대에 와서 솔제니친을 비롯, 기타 반체제 지식인들과 가까와지면서부터. 당시 그는 솔제니친에게 4년간이나 피난처를 제공해주었고 70년에는 소련내 4대 주요신문에 솔제니친을 옹호하는 서한을 보냈었다.
이 같은 그의 행동에 대해 소련당국은 곧 해외여행금지라는 반응으로 나타났는데 74년 미국의 에드워드·케네디 상원의원이 크렘린에 보낸 탄원이 성공, 그는 서방세계 음악계와 접촉할 기회를 갖게되었던 것.
로스트로포비치는 이번 자신의 소련시민권 박탈에 대해 소련당국이 『반소활동 운운의 이유를 붙이고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픽션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음악인(부인은 오페라 가수임)일 따름이고 따라서 활동이란 연주회를 갖는 것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나는 정치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읍니다. 다만 러시아인인 내 나라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생각을 같이 할뿐』이라는 로스트로포비치는 『틀림없이 우리는 돌아갈 것』을 강조했다. 【AP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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