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도개혁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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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유러코뮤니스트 최초의 정권참여를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켰던 프랑스 총선은 결국 우파연합의 역전승으로 낙착되었다.
이 결과 프랑스 제5공화국의 헌정위기는 극복되고, 서방동맹의 공고성도 변함없는 연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사회당의 입장에선 공산당과의 연합전선이 과연 유효한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느냐를 심각하게 반성해야할 처지에 직면했다.
그러나 승자의 입장에서도 이번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들의 취향이 과연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정확히 파악, 이것을 앞으로의 정치과정에 적절히 반영해야할 과제에 부닥쳤다.
2차 투표에서 우파연합이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최대의 원인은 프랑스 국민들의 변혁공포증이라고 분석된다.
20여년간 지속된 드골주의자들의 반개혁적 입장에 권태감을 느낀 나머지 1차투표에서 좌파에 표를 던지긴 했으나 막상 공산당 참정에 이르러선 우파선택으로 표변한 것이다.
여기에 변화를 바라되 공산당식이나 사·공 연합식 변혁만은 바라지 않는 프랑스 국민들의 현명한 자유주의적 선택이 뚜렷이 드러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산당이 제아무리 유연한 유러코뮤니즘을 표방했다 하더라도 프랑스 국민들은 공산당을 자유주의적 서구문화의 테두리 밖에 도사리고 있는 이단적 집단으로서 배척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의 모든 서구 유러코뮤니스트들의 진로에 보편적인 치명타로 상승 작용할 것이며 일본을 포함한 각국 사회민주계의 좌파연합 사절 내지는 중도우선회를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산당의 참정기도가 이런 식으로 좌절됨에 따라 프랑스 우익진영으로선 일단 정권방어라는 당면의 전투에선 한 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대국적인 표의 흐름을 두고 관찰할 때 범우익진영이 안일한 낙관이나 고식적인 수구자세에 태평스럽게 안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비록 좌파연합 거부의 뜻을 뚜렷이 천명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유권자들은 분명 체제 내적 개혁에의 여망을 우파 표 속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여망은 종전 의석수와 대비된 우파연합 의석수의 소장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우파연합은 산술적으로 이기기는 이겼으나 그 총 의석수는 지난 외에 비해 3·4%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의 각파 의석수는 드골파가 14·2% 준 반면 지스카르파는 21·2%나 대폭 신장됐다. 이것은 결국 우파측 지지자들의 선호가 점차 드골주의보다는 지스카르 개혁노선에 더 쏠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우파승리는 엄밀히 말해 드골파의 것이라기보다는 지스카르파의 승리라 할 수 있으며, 완고한 수구보다는 체제 내적 개혁에의 요구라 볼 수 있다.
이 여망의 정책화를 둘러싸고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드골파와 충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스카르파와 사회당 우파의 접근에 의한 신 중도다수파 형성이 또다시 모색될 개연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른 프랑스 정계의 장기적 개편을 예상하면서 지스카르 정부의 착실한 안정집권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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