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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마포구 5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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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마포구에서 5선 국회의원과 구청장을 두 번 지낸 노승환(사진) 전 국회부의장이 24일 오후 7시10분 별세했다. 87세. 노 전 부의장은 서울시의원에서 출발한 야권의 원로 정치인이었다. 시의원 시절부터 1991년까지 지역에서만 1만1000여 건의 주례를 섰다. 그의 주례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대철 고문은 “막걸리 냄새가 나는 뚝배기 같은 분이셨다”며 “고인이 생전 ‘하루에 결혼식 주례를 11건을 했는데 입이 깔깔해 물도 넘어가지 않아 종일 우유만 먹었다’고 하셔서 나도 9건을 해본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노 전 부의장이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건 건국대 재학 중이던 58년 지방선거에서였다. 71년 8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9·10·12·13대 의원을 역임했다. 통합야당 신민당,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 소속으로 활동했다. 13대 국회 땐 평민당 몫으로 할당된 국회부의장도 지냈다. 신군부 등장 이후인 81년 11대 때는 이른바 ‘정치규제’에 묶여 출마하지 못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 측에서도 함께하자는 제안이 왔으나 DJ의 평민당을 택했다. 당시 노 전 부의장을 보좌했던 고만호(77) 새정치민주연합 마포갑지역위원회 고문은 “지역구 정서로 볼 때 DJ를 따르는 게 맞다고 보고 평민당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87년 대선 이후 DJ 눈 밖에 난 ‘정치발전연구회’를 주도하다가 92년에 14대 총선(96년) 불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했다. 정 고문은 “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분이었다”고 전했다.

 95년 민주당으로 복당해 “여생을 마포구민에게 봉사하겠다”며 마포구청장에 도전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야권 중진이 구청장에 도전한 건 지금이나 당시나 매우 이례적이다. 노 전 부의장과 정치를 함께한 이들은 “지역을 훑는 서민 정치인이었기에 가능한 일”(김상현 전 의원)이라거나 “바닥 생활을 훑으며 정치를 했던 분이니 그런 선택을 한 것”(유준상 전 의원)”이라고 말했다.

 두 차례 구청장을 지낸 뒤엔 2002년 3선 도전을 앞에 두고 “이젠 그만두는 게 유종의 미”라며 불출마했다.

 유신 체제, 신군부 시절의 3년을 제외하면 71년부터 2002년까지 노 전 부의장은 30년 가까이 마포를 지켰다. 현재 마포갑 지역구의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그의 둘째 아들이다. 그 또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04년 17대 총선부터 마포갑에서 재선을 기록하고 있다.

 유족은 부인 고정희씨, 아들 광래(재미)·웅래·현래(대한태권도협회 전무)·충래(삼성애니카서비스 상무)·장래(사업)씨, 사위 박문부(재미)·권혁우(사업)·조중권(목사)씨, 며느리 정호정(한국외국어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특1호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 02-2227-7550.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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