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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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위스」의「몬트로」지방에 있는「레만」호수 가에「라·프레어리」라는 이름의 별장지가 있다. 이곳 아이들은「드라큘러」가 사는 곳이라며 얼씬도 하지 않는다.
사실은 여기가 장수와 회춘을 바라는 노인들이 찾아 드는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병원이다.
여기에 들어온 환자들은 염소의 태아에서 딴 세포를 주사 맞는다. 일종의 뇌하수체 이식이다.「트마스·만」,「샤넬」향수의「샤넬」,「소머시트·몸」,「디오르」,「마리네·디트리히」·「아데나워」·「처칠」·「채플린」등도 모두 여기서 세포치료를 받았다는 소문이다.
「라·프레어리」병원의 초대원장인「몰·니한」박사는 지난 54년에 교황「피오」12세를 같은 치료법으로 살려냈다 하여 일약 유명해졌다.
그러나 비슷한 얘기는 아득한 옛날부터 있었다.「호머」에 의하면「아키레우스」는 젊음을 연장하기 위해 사자의 골수를 먹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의학전서』에서 비슷한 요법을 말하고 있다.
「아나·아슐란」박사는 또 치과의가 쓰는 마취제와 같은「푸로카인」을 주사해 넣는 방법을 썼다.「흐루시초프」·「아데나워」·「몽고메리」원수 등도 그녀의 환자였다.
그러나 결국은 그들도 모두 죽었다. 불로 불사란 영원한 꿈으로 끝나는가 보다.
성서에 따르면「아담」은 9백60세까지 살았다.「메트세라」는 9백69세에 죽었다. 불로는 소설에서나 나온다.
「프레드릭·브라운」의 단편『불사조에의 편지』의 주인공은 18만년 동안이나 살고 있다. 그 비밀은 진화의 망령으로 뇌하수체의 기능이 뒤바뀐 데 있었다.
「콜린·월슨」은『현자의 돌』에서 장수의 비밀은 대뇌전두엽에 있다고 암시하였다. 실제로 천재적인 사상가들에게 장수 자들이 많다.「란드」연구소의 예측에 따르면 서기 2025년에는「노쇠의 화학적 제어」가 가능해진다. 그래도 한껏 해야 1백15세내지 1백80세다.
결국 사람은 노쇠와 죽음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앓지 않고 늙어 갈 수는 있게 된다.
세계의 장수촌은「에콰도르」의「안데스」계곡과 소련의「그루지아」지방에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소한 음식을 하며 육식보다 채식이 많고 또 가벼운 노동을 한다는데 있다. 잔걱정을 하지 않고 늘 정신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도 공통적이었다.
우리나라 전남·제주의 장수마을 사람들이 밝힌 비결도 화 안내고 부지런히 일하는데 있다.
현대 의학이 불로초를 발명해 내기까지는 이런 소박한 장수 법을 지키는 게 제일인가 보다. 그러나 화내지 않고 과욕을 말고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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