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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하양·빨강 앙상블 바캉스 스타일 딱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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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샤넬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

지난 13일 오후 7시(현지시간) 두바이에서 프랑스 브랜드 샤넬이 ‘2014~2015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 춘하·추동 패션쇼와는 다른 컨셉트다. 크루즈 컬렉션은 유럽의 겨울 날씨 때문에 생겼다. 여유 있는 계층의 유럽인들은 습하고 추운 자신들의 겨울을 피해 휴양을 떠났고, 이를 위해 크루즈 컬렉션이 만들어졌다. 이맘때 유명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크루즈 컬렉션은 그래서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따뜻한 휴양지로 떠날 고객을 겨냥한다. 일반적인 한국 기후나 생활 양식과 맞지 않고 앞으로 6개월 뒤에나 매장에 나올 상품이지만 여기서 얻을 게 있다. 곧 다가올 여름 휴가, 휴양지에서의 스타일 참고서쯤으로 활용하면 된다.

week&이 패션쇼장을 찾아 트렌드를 분석해 봤다. 

발목이 조이는 바지를 받쳐 입어 나풀거리는 수채화 느낌 드레스와 어울린다.

무채색 바탕에 빨강과 금빛

패션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우선 색상이다. 누군가의 패션에서 첫 인상이 결정되는 대목이다. 대개 휴가철 패션은 빨강·노랑 등 밝고 채도가 높은 색 위주다. 하지만 샤넬의 창조부문 총괄인 패션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는 검정과 하양을 주조로 삼았다. 검은색 한 벌, 흰색 한 벌 하는 식으로 멋을 냈다. 무채색은 아니지만 진한 모래색처럼 짙은 황금색 의상도 나왔다.

 검정·하양 무채색에 미묘한 변주도 눈에 띄었다. 브랜드 샤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트위드’ 소재에 빨간색 실을 섞어 짠 천이 그 예다. 트위드는 대개 씨실과 날실을 비스듬하게 짠 양모 소재 천을 이르는 말이다. 표면이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옷을 해 입으면 자연스럽게 툭 떨어지는 모양새로 편안한 스타일이 된다. 라거펠트는 전체적으론 검은색으로 보이는 트위드에 군데군데 빨간 실을 섞은 천을 써서 기교를 부렸다. 빨강은 검정·하양 바탕에 있는 듯 없는 듯 더해지거나, 검정 혹은 하양과 짝을 이뤘다. 요약하자면 이번 휴가철 의상을 고를 땐 검정·하양·빨강을 택하는 게 감각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단 얘기다.

 강렬한 태양 아래 어울리는 채도 높은 원색 패션은 거의 없었지만 무지개 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의상도 소개됐다. 얇고 가벼운 ‘시폰’ 천에다 점점이 붓칠을 한 것처럼 표현한 스타일이다.

고급 의상에도 아웃도어 패션 바람

첫눈에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색상 분석이 맨 먼저라면 다음은 ‘실루엣’, 즉 옷의 전체적인 맵시를 살펴보는 일이다. 라거펠트가 다가올 휴양지 실루엣으로 제안한 건 아웃도어 패션의 특성과 닮아 보였다. 앞에서 보면 보통 정장류의 ‘샤넬 재킷’ 스타일인데 등쪽은 아웃도어 분위기를 냈다. 허리 약간 위쪽에 주름 장식을 넣어 아웃도어 바람막이 재킷처럼 생긴 의상이다.

여기에 패션쇼 전체 의상 중 절반 정도는 트레이닝복 모양의 바지와 함께 선보였다. 바지 위에 깡총한 정장 치마를 덧대서 입은 모양이 색달라 보였다. 어떤 트레이닝 바지는 다리에 꼭 맞아 레깅스 효과도 났다. ‘남성이 가장 싫어하는 여성 패션’으로 종종 꼽히는 레깅스 패션은 고급 의상 패션쇼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여전했다.

카디건과 홑겹 트렌치

전체적인 맵시를 둘러보고 나선 어떻게 입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샤넬 패션쇼에선 하늘하늘 여성스럽게 보이는 긴 원피스에 짤막한 카디건을 덧입은 차림새나 홑겹 트렌치로 멋을 내는 방법이 동원됐다.

‘카디건+원피스’ 차림은 사실 휴가지의 흔한 풍경이다. 한데 샤넬 패션쇼에선 비슷한 분위기 원피스인데도 서로 길이가 다른 카디건을 매치했다. 하나는 등·어깨만 살짝 덮는 길이로 짧은 것, 다른 하나는 허리 정도까지 내려왔다. 전자는 명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 후자는 다소 정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올여름 휴가용 원피스에 어떤 길이 카디건을 입을지 이 둘을 놓고 비교해 봐도 좋을 선택지였다.

작렬하는 햇빛에 대처하는 방법은 막거나 맞서거나 두 가지다. 막기를 택하고 옷을 입겠다는 사람에겐 한여름에도 외투가 필수다. 라거펠트는 이들을 위해 홑겹 트렌치를 내놨다. 흔히 ‘사파리’로 불리는 긴 야상 점퍼와 비슷한 듯하면서 허리는 잘록해 여성적인 맵시를 살린 트렌치 코트였다.

패션쇼 무대엔 거의 모든 모델들이 한껏 부풀린 머리 모양으로 런웨이에 섰다. 1990년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종종 보이던 ‘사자 머리’ 스타일이다. 카를 라거펠트도 수년 전부터 패션계에 몰아치는 복고 바람을 외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복고풍 헤어스타일과 짝을 이뤄 등장한 통 넓은 바지 차림은 60~70년대 미국 영화에서나 봄직한 스타일이었지만 2014년 판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대담한 액세서리가 화룡점정

노출 부위가 많은 휴가지 패션에서 빠질 수 없는 게 액세서리다. ‘2014~2015 샤넬 크루즈 컬렉션’에선 큼직한 장신구가 눈길을 끌었다. 폭 3㎝ 이상의 다이아몬드 팔찌, 목 아래를 다 덮는 목걸이 등 대담한 표현이 대세를 이뤘다. 화려한 장신구로 힘을 줬지만 여러 개를 섞는 건 자제한 착용법이었다. 최근 패션 애호가들은 5개 이상의 다른 모양 팔찌·목걸이를 겹쳐 하면서 유행을 선도했다. 하지만 라거펠트는 이번 패션쇼에서 장신구의 크기를 더 키운 대신 겹쳐 차기는 피하는 변화한 흐름을 제시했다.

신발 스타일에선 아크릴이 주인공이었다. 샌들이나 하이힐 할 것 없이 밑창과 굽 등엔 투명하게 비치는 아크릴로 휴가 스타일에 딱 맞는 시원한 느낌을 줬다. 투명한 아크릴 굽 위는 금색으로 물들인 가죽 소재 등이 샌들·슬리퍼·하이힐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였다.

두바이=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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